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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우려’ 핑계 눈대중 벌목·가지치기 막는다

등록 2021-05-25 17:07수정 2021-05-25 20:04

산림청, ‘비파괴 가로수 위험도 측정법’ 마련
지난달 초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7-1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에 붙어있는 종로구청의 공고문. ‘강풍시 도복 우려가 있어 보행로 정비공사 시 제거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구청의 ‘도복 우려’ 평가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고, 구청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벌목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초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7-1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에 붙어있는 종로구청의 공고문. ‘강풍시 도복 우려가 있어 보행로 정비공사 시 제거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구청의 ‘도복 우려’ 평가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고, 구청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벌목 계획을 철회했다.
큰 가로수를 베거나 강한 가지치기(강전정)를 할 때 지자체는 ‘쓰러질 우려가 있다’(도복우려)는 근거를 대곤 한다. 하지만 안전성을 점검하는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탓에 담당 공무원의 눈대중으로 벨지 말지를 결정해 베고 난 뒤 멀쩡한 나무로 밝혀지는 일도 많았다.

이에 산림청은 ‘비파괴 기법을 활용한 대형가로수 위험도 진단법’을 마련, 최근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고 25일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가로수 관리 현장에서 티알률(지상부와 지하부의 비율)이라고 해서 지상부(TOP)가 커지면 지하부(ROOT)가 버티는 힘이 약해져 쓰러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벌목하거나 반복적으로 강전정했는데, 이번 진단법으로 그런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가로수 관리는 지방자치 사무라서 중앙정부가 강제할 순 없지만, 가로수 관리 담당자 교육 등 통해 이번 방안을 ‘권장’하고 있어, 조만간 현장에도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진단법에 따라 가로수의 위험도를 측정하려면 6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①맨눈으로 △기본정보△형상△활력도△결함 등 기초현황을 조사한 뒤 ②그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③정밀안전성 평가를 받을 대상 가로수를 선정한다. 이어 ④대상 가로수에 대한 정밀안전성을 진단한다. 이때 ‘샤이고미터’라는 장비를 이용해 나무의 물관·체관의 수분·이온 양을 측정해, 나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음파를 측정하는 기기인 ‘소닉 토모그래프’로 나무 내부의 썩은 부분이나 빈 곳을 확인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샤이고미터나 소닉토모그래프는 한국가로수협회나 대학 등 연구기관, 나무병원 등이 갖추고 있는 장비들로 지자체에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 ⑤정밀안전성 평가 자료를 분석해 ⑥최종적으로 위험성을 A·B·C·D·E의 5등급으로 평가해 필요한 조치를 한다. A·B·C등급이 ‘위험성 낮음’ 단계이고, D등급은 ‘바로 쓰러지진 않지만 위험성이 높음’ 단계, E등급은 ‘도복 등 위험성이 매우 높음’ 단계이다.

음파측정기로 가로수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작성한 조사표. 산림청 제공
음파측정기로 가로수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작성한 조사표.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이 진단법을 적용해봤더니 베어야만 하거나 강한 가지치기를 해야만 하는 가로수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산림청은 수원시 가로수 33그루에 진단법을 적용한 결과, 맨눈으로 봤을 때 D·E등급은 52그루였으나 정밀안전성 평가를 해 보니 D·E등급은 11그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41그루나 차이가 난 셈이다. D등급이었던 나무가 양호(B·C등급)로 판명된 경우도 상당했다.

다만, 이 진단법에 대해 이전에 비해 진전된 방안이긴 하나, ‘과도한 가지치기 관행’을 근절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위험성 진단 방법이 꽤 구체적이지만, 강전정과 뿌리훼손 등 가로수 생육에 피해를 주는 근본 원인에 대한 규명이 되지 않았다. 위험목 관리방안이 제거 또는 모니터링에 한정돼 있고, 올바른 전정, 뿌리 등 생육환경 개선 관리에 관한 내용이 매우 부족하다”며 “수관 솎기, 가지치기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제시되지 않아 잘못된 관행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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