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사건 관련 첫 재판이 9일 오후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열렸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문아무개·김아무개(이상 구속), 정아무개(불구속) 피고인 등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과 변호인단, 공소를 제기한 검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소사실 쟁점과 증거 채택 여부를 논의하는 공판준비 기일로 진행됐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첫 재판부터 공소사실 쟁점과 증거채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증거와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 이를 열람해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재판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사건이 수사 중이어서 열람이 연기된 것이다. 지난 2일 변호인 쪽에 열람 가능하다고 통지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방어권을) 충분히 조처했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이 “기록 등을 조사하려면 검찰과 일정을 조율해 복사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쪽 조사 일자가 내일(10일)이다. 기록도 많아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자 재판부는 “오늘 공소사실 쟁점을 정리하거나 증거채택은 어려운 것 같다.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날 구속기소된 공무원들은 재판부에 보석 심리도 요청했다. 문 피고인 쪽 변호인은 “지난해 12월4일 구속된 뒤 별건 외에 관련 조사가 거의 없었다. 지금도 자료가 없어서 재판 준비를 못 하고 있다”며 “검찰은 삭제한 자료가 530개라는데 월성 1호기 관련은 53개 정도이고 나머진 상관없는 자료라고 한다. 감사 대응과 방해는 구분해야 하는데 자료가 전부 컴퓨터 파일이어서 피고인이 구속 상태로 교도소 안에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피고인 쪽 변호인도 “조만간 보석신청 할 예정이다. 방대한 수사기록이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밝혔다. 검찰 쪽은 “구속 이후 사정 변경이 없다. 보석 허가를 보류해 달라”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4월20일 오전 10시에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고, 이에 앞서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보석 심문을 진행한다.
문 피고인 쪽 이우룡 변호사는 “(의뢰인은) 감사 대응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오해를 초래할 자료는 정리하자고 얘기한 것이 자료 삭제까지 갔다고 한다. 실제 삭제된 걸 보면 대부분 임시나 중간 버전이라고 한다”며 “일부 최종적인 것과 공식적인 것도 있다고 해 그 내용을 들여다봐야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보석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사건은 2019년 10월 국회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를 가려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감사원은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고, 산업부 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해 12월23일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배후 수사에 나서 지난달 4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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