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일 오전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라전망대 앞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 무산과 관련해 유엔사를 비판하고,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가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까지 자의적으로 통제한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접경지역 지방정부도 유엔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0일 오전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는 개성공단 재개선언 추진 등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경기도의 정당한 행정행위”라며 “비군사적인 경기도의 고유 행정에 대한 유엔사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23일 육군 1사단에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이 바라다보이는 도라전망대 앞에 몽골식 텐트를 세워 평화부지사와 공무원, 지원인력 등 6명이 상주하겠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내고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를 추진했다. 관할 군부대는 개별이탈 금지, 코로나19 방역 철저 등 7가지 수칙을 지키면 출입을 허가하겠다며 ‘조건부 동의’했지만, 9일 유엔사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기 설치가 거부됐다.
경기도는 “주권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부지사는 “북으로 보내는 물건도 아니고, 군사 목적도 아닌 단순 집기를 우리 땅에 유엔사의 허락 없이 설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이는 유엔사의 부당한 주권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관할권 행사는 적대행위를 규제하고 중단하기 위한 것인데, 이와 무관한 활동까지 규제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경기도는 일단 임진각 평화누리 안에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운영하고, 향후 유엔사 승인이 나는 대로 집무실을 도라전망대로 옮길 방침이다.
현재 안보관광 외 목적으로 비무장지대에 있는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출입하려면 ‘유엔사 비무장지대 안보견학 규정’에 따라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파주시도 비무장지대 안에서 운영하는 시설물 이용, 유지·보수를 위해 출입할 때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무장지대 안보관광지에서 공연·전시 등 문화행사도 제한을 받는다.
이에 파주시는 지난달 21일 국방부에 유엔사 비무장지대 안보견학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파주시 한 관계자는 “민간인에게도 개방된 대한민국 땅과 건물에 대한민국 공무원이 출입하는데 일일이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사는 △남북철도 경의선 북쪽구간 현지조사 통행 △통일부 차관 등 한독통일자문위 고성 지피(GP) 방문 △통일부 장관 대성동 마을 방문(기자단 출입 불허) 등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불허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지난달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지만, 제도 개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유엔사 관계자는 “(도라전망대 앞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는) 1사단을 통해 승인 요청이 들어와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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