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사는 옛 진천농업고 졸업생 이경희씨.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
“선생님 덕에 공부했으니, 그 고마움 후배에게 전하고 싶어서 작은 정성 보냅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이경희(85)씨는 최근 모교인 충북 진천의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옛 진천농업고)에 장학금 1만달러(한화 약 1천만원)를 보냈다. 이씨는 60여년 전인 1953~56년 진천농업고를 다녔다.
이 학교 임수진 교사는 9일 “학교 행정실을 통해 이씨가 장학금 기탁 뜻을 밝히고 학교계좌로 장학금을 보냈다. 감사의 뜻을 담은 작은 전자우편도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자우편에서 “그때 대학 등록금이 없어 포기할까 했는데 담임 선생님 안효영 교사 등의 도움으로 입학했고, 그 덕에 대학까지 잘 마쳤다. 보낸 돈은 ‘안효영 장학금’으로 부르고,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에게 전달해 달라”고 썼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제자가 자랑스럽고 고맙네요. 원래 심성이 고운 아이였어요.” 이씨를 가르쳤던 안효영(92) 교사 역시 제자를 또렷이 기억했다. 1952년부터 13년 동안 진천농업고에서 교사로 근무한 안씨는 “경희는 3년 동안 담임으로 함께 했는데, 3년 내내 반장이었다. 부모를 여의고 큰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는데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교장과 직원회에 경희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렸더니 모두 정성을 보탰어요. 아이가 워낙 착실하고 뛰어나 기꺼운 마음으로 도왔지요.”
안씨는 1993년 청주농고 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난 뒤에도 틈틈이 이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자의 성장을 지켜봤다. 이씨가 군에서 제대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사업과 목회 일을 할 때도 연락이 끊기지 않았고, 정년퇴임 뒤엔 이씨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주일 남짓 함께 지내기도 했다. 안씨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그 이상으로 실천하는 제자가 뿌듯하다. 멋있게 늙고, 익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는 이씨의 뜻대로 ‘안효영 장학금’을 운영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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