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가 난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광동마을의 한 주민이 중장비가 흙더미 속에서 끌어낸 승용차를 바라보고 있다. 충주시민 제공
“물도, 전기도, 전화도 안 되는데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마을에 물이 차 집도 버리고 왔는데 또 비가 온다니….”
3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장보현(58) 이장이 하염없이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쏟아진 300㎜ 이상 폭우로 석천리로 통하는 도로가 끊긴 상태. 길옆에 선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통신·전기마저 불통이다. 이 마을 김란(86) 할머니는 산사태를 간신히 피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 이장은 “복구를 해야 하는 데 길이 끊겨 인력·장비 투입이 안 되면서 마을이 고립됐다. 집에 있는 생수 등으로 간신히 버텼는데 이제 물마저 동날 정도”라며 “정부가 어서 지원에 나서달라”고 하소연했다.
남한강이 역류하면서 마을이 고립된 경우도 있다. 충주 앙성면 능암리 박지용(66) 이장은 “차량이 다니던 농로가 유실됐지만 인력·장비 투입이 어려워 85세대 100여명이 외부와 차단됐다.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이다. 복숭아 주산지인데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대피한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건강상의 우려도 나온다. 산척면 석천리 합천마을이장 심정숙(54)씨는 “37세대 주민 20여명이 노인정으로 대피했다. 주민 대부분 70~80대로 홀몸 노인이 많다. 전기·전화가 끊겨 당분간 함께 생활해야 하는 데 건강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주민 최영순(62)씨는 “갑자기 계곡 물이 불더니 마당까지 치고 들어왔다. 남편과 간신히 빠져나왔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진정이 안 돼 숨을 제대로 몰 쉴 정도”라고 했다.
인근 단양군의 피해도 컸다.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단양 영춘면에는 304.5㎜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어상천면 심곡리, 소태리 등은 상수도 선로가 훼손되면서 식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지선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이장은 “소방 당국 등이 수색을 했지만 2일 발생한 실종자 3명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 게다가 식수가 끊어져 군의 생수 공급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3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달 29일 새벽, 아파트 5개 동 중 2개 동이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도 폭우 속에서 복구에 비지땀이다. 이날 아파트 앞에는 침수돼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생활용품들이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1층 주민 ㅇ(51)씨가 숨진 채 발견된 아파트 출입 계단 아래에는 자전거와 킥보드가 흙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육군 32사단 장병들이 일렬로 서 아파트 지하에 쌓인 흙을 퍼냈고 자원봉사자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필품들을 골라냈다. 시꺼먼 진흙에서 역한 구정물 냄새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계속되는 ‘수마’로 인해 복구작업마저 지체되는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광동·소림마을 복구작업에 군부대 장병들이 동원됐지만 오후부터 다시 비가 거세지면서 잠정 중단됐다. 소림마을 홍준표(60)씨는 “과수화상병 때문에 마을이 초토화됐는데 홍수까지 겹쳤다.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폭우 피해가 난 충주, 제천, 음성, 단양 등 충북 북부권 4개 시·군을 특별재단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오윤주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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