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속내가 복잡하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국외 관광길이 막힌 터라 국내 관광객 수가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오는 관광객을 반기자니 코로나19 확산이 걱정이고 막자니 지역경제에 타격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일 “제주는 70만 도민들의 생활 터전이며 국민 모두의 힐링을 위한 곳이지, 코로나19 도피처가 아니다. 여행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예방수칙을 반드시 준수해달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는 해외관광 수요가 제주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놓은 조처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특급호텔들은 코로나19 방역과 안전을 고려해 예약률을 80%대로 조절하고 있는데,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모두 이 수준의 예약률을 보인다. 제주도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해수욕장과 뷔페식당 등에는 방역지침을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이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해운대와 송정 등 대규모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는 해수욕장에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했다. 마스크 미착용자에겐 1차 경고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벌금을 물린다. 또 해수욕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개수도 예년 4200여개에서 올해는 1800개로 줄였다.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부산 수영구는 다음달 15일까지 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의 출입을 자정까지만 허용한다.
강원도 평창군은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관광객 유치 방향을 확 바꿨다. 예전에는 관광객을 25명 이상 데려온 여행사에만 지원 혜택을 줬는데, 관광객 수 기준을 없애고 관광버스는 1대당 승객을 22명 이하로 태워야만 지원 혜택을 줘 승객들의 좌석별 거리두기를 유도하고 있다. 시티투어 코스도 평창바위공원과 평화길, 평창돌문화체험관, 청옥산 육백마지기 등 사람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자연자원 위주로 바꿨다. 울산도 숙박비 지원 대상 관광객 수를 15명 이상에서 4명 이상으로 확대해 가족모임이나 소규모 친목모임 여행객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전북도는 안전한 여행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북을 찾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숙박비 일부를 지원하고, 손소독제·물비누·마스크 등을 담은 ‘안전여행 꾸러미’를 제공한다. 충북 청주시는 사람들의 접촉이 적은 농촌체험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경비 일부를 지원한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관광산업 비중이 큰 지방정부의 고민이 많다. 고강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추진해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해야 하지만,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관광객 유치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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