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철제 지지대를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지방정부들이 불공정 하도급과 부실공사 문제로 시장질서를 교란한 ‘건설업 페이퍼컴퍼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체 등록기준에 못 미치는 부적격 업체를 입찰 단계부터 배제하거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법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다른 시도에서 전입한 31개 건설사업자의 자본금·기술인력 등 등록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결과, 부적격 의심 업체 8곳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건설공사 수주를 목적으로 탄생한 페이퍼컴퍼니는 불공정 하도급으로 이익만 추구하고 부실공사나 임금체불 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적발된 업체 중 6곳은 건설사업자의 관리부실로 건설업 자본금 등록기준 3억5000만원에도 못미치는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가기술자격법 등에 따라 건설기술인 5인 이상과 현장별로 기술자를 배치해야 하지만, 기술자 보유증명서 등을 확인한 결과 기술자가 부족한 업체도 3곳이나 됐다. 전용 사무공간이 없는 업체도 4곳이었다. 시는 적발된 부적격 의심업체에 대해 청문조사를 통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경기도는 건설공사의 입찰단계서부터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가려서 배제하는 내용의 ‘페이퍼컴퍼니 입찰 단속 제도'를 지난달 31개 시군에 확대 적용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퍼컴퍼니를 경기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도가 발주한 토목공사에 대한 페이퍼컴퍼니 입찰 단속 제도를 시행해왔다. 지난달까지 집중 단속을 통해 도가 발주한 토목공사업 페이퍼컴퍼니 응찰률이 22%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도는 내년까지 31개 각 시·군 당 3명의 전담단속팀을 신설, 관외 건설업체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북 익산시도 공사 입찰공고 시 국세청 표준재무제표 등을 확인해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 시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공고문에 명시하고 문제 업체를 낙찰자 결정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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