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극장, 발코니 음악회, 무관객 공연 온라인 중계….
코로나19 안정세, 거리 둔 바깥 공연도 기지개
충북도 형편 어려운 예술인 100명에게 200만씩 창작지원
지난 25일 경기 용인체육공원에서 열린 가수 린의 드라이브 인 콘서트. 관객인 시민은 차 안에서 공연을 보며, 박수와 환호 대신 자동차 비상등 깜박임으로 환호했다. 용인시 제공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의료진과 지친 시민을 위로하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 발코니 음악회, 자동차 극장 등 이색 공연이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영동체육관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 앞에 차량 88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자동차 극장을 개봉했다. 지난 4월25일 이곳에서 영화를 본 주민 권은미(35)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힐링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가 마련한 드라이브 인 콘서트.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는 무대 공연을 자동차 안에서 관람하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4월25일 용인체육공원에선 가수 린 등이 공연을 했다. 관객은 박수와 함성 대신 차량 비상등으로 ‘환호’했다. 가수 린은 “열화 같은 목소리가 아니어도 어떤 행위(비상등 깜박임)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를 찾아 음악을 선물하는 용인시의 ‘우리 동네 발코니 음악회’와 서울 성북구의 ‘베란다 음악회’도 인기다. 용인시민 신민정(36)씨는 “비록 먼 발치 발코니에서 음악을 감상했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웠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갑갑함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이 진행하는 마이홈 콘서트. 무관객 공연을 한 뒤 유튜브 등을 통해 시민에게 공연 상황을 중계한다. 충북도 제공
연주를 촬영해 유튜브 등으로 안방에 ‘배달’하는 온라인 공연도 인기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마이홈 콘서트’를 연다. 청주아트홀에서 관객 없이 연주를 한 뒤 5월1일과 18일 충북인터넷방송 누리집과 충북도립교향악단 유튜브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한다. 박형재 충북도 예술팀 주무관은 “시민들에게 안식을 주면서도 생활에 활력을 주는 음악을 선곡했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시립예술단, 영동 난계국악단, 인천시 등도 ‘집콕’ 시민을 위해 5~6월 온라인 공연을 한다. 경기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 5월8~10일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도 온라인으로 중계된다.
관객과 관객이 사회적 거리를 둔 바깥 공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5월 말께 청남대 어울림 마당, 진천 두레봉 공원, 오창 호수공원 등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단양, 괴산, 제천 등에서 순회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충주 중원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방콕예술튜브. 충주 중원문화재단
코로나19로 무대가 사라져 어려운 예술인을 돕는 곳도 있다. 충주 중원문화재단은 5월 무관객 공연을 주선한 뒤 공연자에게 10만~100만원씩 출연료를 건네는 ‘방콕 예술 튜브’를 진행한다. 충북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위소득 100% 이하 예술인 가운데 100명을 선정해 200만원씩 ‘창작활동준비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황정후 중원문화재단 주임은 “코로나19 사태로 무대에 서지 못해 수입이 없는 예술인을 돕고, 시민에겐 좋은 공연 선물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이정하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