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대보름에 불깡통을 돌리는 놀이는 원래 농사철을 앞두고 논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논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는 큰 불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현재는 금지돼 있다. 연합뉴스
농사철을 앞두고 논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가 오히려 해충을 없애는 데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행정안전부는 “해충을 없애려고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오히려 해충의 천적을 사라지게 만들어 해충 제거에 효과가 없다. 큰 불로 번질 수 있고, 처벌도 받을 수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이 2015년 경기와 충청 지역의 논밭둑 3곳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논밭둑 2.25㎡에 사는 벌레 등 미세동물의 숫자는 8174마리였다. 이 가운데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노린재와 딱정벌레 등 해충은 908마리(11%)였고, 해충을 잡아먹는 거미, 톡톡이 등은 7256마리(89%)에 이르렀다. 논밭둑을 태우면 해충보다 8배나 많은 해충 천적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논밭둑을 태우거나 비닐 등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불법으로 과태료를 내야 하고, 자칫 큰 불로 번지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징역과 벌금 등 중벌에 처해진다. 산림보호법은 산불을 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시행령은 산림이나 산림과 인접한 지역에서 불을 피운 사람에게 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논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 농촌진흥청 제공
따라서 논밭둑에 불을 내거나 쓰레기를 태우면 안 되며, 부득이하게 태워야 할 때는 마을 차원에서 지방정부의 산림 관련 부서에 허가를 받은 뒤 태워야 한다. 이 때는 소방차와 산불진화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17~2019년 산과 숲, 들, 논밭에서 일어난 임야화재는 7736건이며, 사망 48명, 부상 276명 등 324명이 피해를 봤다. 특히 사망자의 69%인 33명이 70살 이상, 피해자의 85%인 277명은 50살 이상인 등 고령자의 피해가 많았다.
김종한 행안부 예방안전정책관은 “그동안 관행으로 해왔던 농사철 앞의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충 제거 효과가 없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논밭둑을 태우는 풍습은 ‘쥐불놀이’라고 부르며, 정월(음력 1월)의 첫 쥐날 밤에 논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는 것이다. 1945년 미군이 들어온 뒤에는 미군의 사용한 깡통에 작은 구멍을 내고 숯을 넣어 돌리는 놀이로 확산됐다. 쥐불놀이는 한 해의 재앙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고, 실제로는 해충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쥐불이 크게 나는 것을 길하게 여겼고, 스스로 꺼질 때까지 끄지 않아 큰 불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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