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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화재청, 성락원 ‘엉터리 문화재 지정’ 취소 않고 꼼수 추진

등록 2020-01-09 04:59수정 2020-01-09 07:08

조성자·명칭 잘못 확인됐는데도
‘명승 가치 있다’ 일부 의견 근거로
지정 사유 변경 방안 추진 나서
“문화재 근거 엉터리로 드러난 만큼
지정 철회 뒤 다시 절차 밟아야” 지적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재청이 국가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명승 35호)의 처리와 관련해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지 않고 지정 사유 등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지정이 잘못됐다면 기존 지정을 취소하고,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문화재청의 황권순 천연기념물과장은 “성락원과 관련해 ‘행정행위의 전환’이라는 법리를 인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락원 조성자와 명칭 등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으나,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월에 소유자의 의견을 듣고,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전문가 3인 이상으로 위원회를 꾸려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행위의 전환’이란 기존의 문화재 지정(명승 35호)을 유지하면서 명칭, 번호, 사유 등을 바꾸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문서에서 “이것은 신규 지정에 준하는 행정행위이나 ‘지정 해제 후 신규 지정’보다 절차가 간소하며, 관계자들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검토 이유를 밝혔다.

성락원은 애초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였던 심상응이 조성한 민간 별장이었다는 이유로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으로 재지정됐다. 그러나 여러 매체의 보도를 통해 조선 철종 때 심상응이라는 이조판서는 없었으며, 성락원이라는 이름은 20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자 성락원의 역사적 근거를 재조사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조선 고종 때 내관(내시) 황윤명의 별서 ‘쌍괴당’이 있었으며, 갑신정변 때 명성왕후가 이곳에 잠깐 피난한 적이 있다는 기록이 새로 발굴됐다.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 &lt;한겨레&gt; 자료사진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재청의 이런 방침에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주 의원 쪽은 “사적과 명승 지정 근거인 조성자, 연대, 명칭 등 중요 부분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면 ‘지정 취소 뒤 재지정 검토’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김 의원실의 질의에 “지금까지 문화재의 지정 이유를 변경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당(성락원 문화재 지정)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성락원에 다른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면 “기존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고 신규 지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도 “사적 지정이나 명승 재지정이 모두 엉터리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취소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정행위와 56억원의 예산 투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내시의 별서였고, 명성왕후가 잠깐 피난했다는 주장도 국가 문화재 지정의 근거가 되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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