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일 서울 주택가에서 한 이삿짐센터 노동자가 51.2도를 기록한 온도계를 들어 보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기상청은 당분간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8호 태풍 프란시스코는 6일 밤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의 폭염으로 밭일을 하던 노인들이 잇따라 숨지고, 고속철도(KTX) 선로가 늘어나 서행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수영경기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5일에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4일 예보했다.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오른 기온이 밤에도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도 많은 지역에서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열대야는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으로 유지되는 상황을 말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지난 2일 오전 9시께 괌 북동쪽 1120㎞ 해상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태풍은 4일 오전 기준으로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속 27㎞ 내외로 서북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6일 낮엔 제주도 동쪽 남해를 지나 6일 밤 남해안에 상륙한 뒤 7일 아침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중부지방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기가 불안정해 상륙 지역과 내륙에서 태풍의 진로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소형 태풍이며, 일본과 남해안에서의 지면 마찰과 이 부근 바다의 낮은 온도로 인해 강도가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고도 잇따랐다. 3일 오후 5시께 경북 고령군 한 마을의 밭에서 ㄱ씨(85·여)가 숨진 채 발견됐고, 2일에도 경북 김천의 한 대추밭에서 일하던 ㄴ씨(86·여)도 저녁 7시45분께 쓰러진 채 발견됐다. 3일 고령군과 2일 김천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35.4℃와 35.6℃를 기록했다. 경찰은 이들 모두 폭염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전남 고흥에선 30대 남성이 나흘째 실종돼 군경이 합동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낮 기온이 치솟으며 열차 운행에도 차질을 빚었다. 3일 오후 3시께 충남 천안아산역 인근 경부고속철도의 선로가 열기 탓에 늘어나면서 부산 방향 고속열차가 한때 서행했다. 이로 인해 모두 47편의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며, 선로는 이날 저녁 7시50분께 모두 복구됐다. 폭염 속에서 치러지는 운동경기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5일 개막하는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기간의 폭염에 대비해 경기장 주변 곳곳에 쿨링존을 운영하기로 했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정부도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는 3일 오후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폭염 재난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폭염으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지난해 폭염이 재난에 포함된 뒤 처음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폭염 상황이 심각해지면 중대본 비상 2단계 또는 비상 3단계를 발령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예린 구대선 채윤태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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