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이늘봄(21)씨가 지난 2017년 서울자유시민대학 수업을 들으며 필기한 노트와 시간표다. 이늘봄씨 제공.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늘봄(21)씨가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진 않았지만, 사회과학에 관심을 둔 이유다. 고등학교 졸업 뒤, 스스로 관련 공부를 했다. 혼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시민단체나 출판사가 여는 강좌는 도움이 됐지만, 단발적인 강의가 많아 공부를 깊게 하긴 어려웠다.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강좌를 하나하나 찾아봐야 하는 것도, 강의료도 부담이었다. 대학에 다니지 않다 보니 ‘또래 대학생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시민대학)을 접했다. 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평생학습 지원 교육프로그램이다. 이씨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시민대학 본부와 서울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25개의 강좌를 들었다. 교육 과정은 체계가 있었고, 무료로 진행돼 수업료도 들지 않았다. 그는 기억에 남는 강좌로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박영균), ‘인권 오디세이’(조효제), ‘거대한 도시·왜소한 인간’(정윤수) 등을 꼽았다. 마을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됐다. 이씨는 “이곳은 내게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시민대학을 운영 중이다. 시민들의 평생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평생학습포털’에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인문학 △문화예술학 △사회경제학 △생활환경학 등 7개 분야 강좌가 마련돼 있다. 강좌는 서울 시내 28개 대학교와 연계해 진행되기도 하고, 기업이나 대사관 등이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해 열린 강좌는 460개로 1만8956명의 시민이 강의를 들었다. 2013년부터 누적된 수강생은 6만5196명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대학이나 민간단체를 연결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 캠퍼스’를 100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캠퍼스 지도. 시민대학에서는 종로구의 시민대학 본부를 비롯해 5개 권역의 학습장, 25개 대학과 연계해 수업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시민대학에서 ‘시민문화론’ 수업을 연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과)는 “기존 대학의 전문성과 시민대학의 수용력을 합치면 대학 문턱이 낮아진다”며 “대학을 다니지 않은 이들도 시민대학을 통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 시민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민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은 과제도 있다. 청년층까지 수강생층을 넓히는 일이다. 올 상반기 시민대학 244개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 8675명 가운데 30대 이하는 12.1%에 불과했다. 반면, 50대 이상이 수강생의 71.6%를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열린 한 강좌에 참석해 보니, 전체 수강생 151명 가운데 20~30대는 없었다. 수강생 강아무개(53)씨는 “시민대학은 교육복지의 의미도 있지만 시민으로서의 힘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며 “젊은 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 강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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