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3일 전국 곳곳에서 파업 지지도 잇따랐다. 일부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편해도 괜찮다”며 “나와 함께 사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라고 이들의 파업을 응원했다.
이날 인천 동구 서흥초등학교 학생들은 조리실을 찾아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 초등학생은 “저희 걱정 마시고 원하는 것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분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빵을 먹을 것이다” 등의 글귀가 적힌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8일 학교장 이름으로 학부모들에게 ‘대체급식 제공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학부모들의 배려를 구했다.
서흥초는 가정통신문에서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으나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 일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남동구의 남동초등학교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애써주시는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급식실 조리종사원, 스포츠강사, 돌봄전담사가 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안정적 노동환경에서 일하며 정당한 처우를 받기 위해 총파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며 배려와 지지의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기 바란다”고 학부모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 학교 학생들도 ‘힘내세요. 저희는 도시락 먹어도 괜찮아요’ 등의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교내에 붙이며 파업에 동참하는 조리사들을 지지했다.
3일 전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응원 메시지를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파업 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표 단체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이날 “불편해도 괜찮아! 7·3 총파업 지지합니다!”라는 전국 회원들의 파업 지지 인증샷을 모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학생들은 “당신의 불편함에 연대합니다”, “밥 안 준다고 원망 말고, 파업 이유 관심 갖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사장은 “특성화고 학생들도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되기 때문에 급식 어머님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관심이 높아졌다. 많은 학생이 급식을 못 먹어 불편해도 괜찮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지지도 이어졌다. 학부모들의 모임인 ‘교육희망 경남학부모회’는 이날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파업이 자신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차별과 멸시를 당하지 않는 노동자로 살게 하기 위한 투쟁이기에, 당당하게 총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도 성명을 내어 “학생, 부모, 교직원 등이 조금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차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방치하면서 안정적인 교육을 바랄 수 없다. 파업 원인을 제공한 교육부와 교육청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파업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아무개(35)씨는 “자신들의 요구를 위해 급식이나 돌봄교실을 하지 않으면서 파업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의 학부모 강남주(51)씨는 “한창 크는 아이인데다 요즘 먹성이 워낙 좋아져 조금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박경만 최상원 송인걸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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