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가계소득이 감소했다고요? 이렇게 불분명한 근거의 주장으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가계소득이 줄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지역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경남도 출연 연구기관인 경남발전연구원은 12일 발행한 연구보고서 <가계소득 감소,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에서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을 두고, 몇몇 언론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언론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유현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요구하는 것은 불분명한 주장으로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반적인 가계소득을 늘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것인지 더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고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 정부 정책으로 1분위 가구소득 감소? 전국 단위 가계소득 조사는 2003년부터 하고 있는데, 1분위 가구의 1분기 소득은 2016년부터 계속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현 정부 들어 1분위 가구 소득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1분위 가구’는 소득 수준을 5단계로 나눠서, 가장 낮은 20% 가구를 가리키는 것이다.
가구주가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가구주 평균나이가 은퇴연령인 65살을 넘기면서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감소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가구주가 근로자인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2016년과 2017년 감소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1분위 가구소득 감소? 1분위 가구 구성원 중 실업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1분위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자 수를 증가시켰다는 주장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2004~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1분기 실업자 수 증가율을 살펴봤을 때,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업자 수 증가를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부조화(미스매칭) 등 다양한 경제·사회 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는 것이 맞다.
■ 세금 늘어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 감소? 2019년 1분기에 처분가능소득을 낮추는 조세·연금·사회보험료 등 공적이전지출은 전반적으로 4.8% 증가했다. 반대로 처분가능소득을 높이는 공적연금·기초연금·사회수혜금·세금환급금 등 공적이전소득은 28.8%로 더 많이 증가했다. 따라서 가구원 수를 고려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1.6% 증가했다.
특히, 1~4분위 가구인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했고, 소득 상위 20% 가구인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2.1% 내려갔다. 이 결과 5분위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불평등도가 5.80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5.95보다 개선됐다. 따라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됨으로써 소득불균형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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