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구룡산 주변 성화 개신 죽림동 주민 등이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청주 성화초 앞 장전공원에서 촛불 문화제를 여는 등 구룡산 개발 저지를 위한 시민운동에 나섰다. 박완희 청주시의원 제공
도시공원 일몰제(도시 계획 시설 실효)를 앞두고 충북 청주에서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모금을 통해 해당 용지를 사들이는 ‘트러스트’ 운동에 이어 정기 촛불 문화제도 연다.
구룡산 개발 저지 성화·개신·죽림동 주민대책위원회와 구룡산 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31일 저녁 청주 성화초 앞 장전공원에서 구룡산 개발 저지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연다. 이들은 지난 25일에도 촛불 문화제를 열었으며, 구룡산 개발 계획이 멈출 때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문화제를 열 참이다.
앞서 주민 등은 청주시가 지난 4월 9일 매봉·구룡 공원 등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공원 용지의 민간 특례사업 개발을 발표하면서 시민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4월 29일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등과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협약’을 하고 시민 모금을 벌이고 있다. 100억원을 모아 구룡 도시공원 용지 핵심인 농촌 방죽 일대 14만9500㎡를 사들여 아파트 건설 등 막개발을 막는 게 트러스트의 뼈대다. 지금까지 시민 1만8000여명한테서 도시공원 개발 반대 서명을 받았으며, 용지 매입을 위한 트러스트 기금 4200여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청주시는 지난 17일 ‘구룡 근린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 제안 공고’를 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가 낸 구룡 근린공원 민간 특례사업 공고를 보면,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80-9일대 135만9572.2㎡(1구역 44만2369㎡, 2구역 91만7202.7㎡)가 사업 예정지다. 국공유지를 뺀 100만1003㎡가 특례 사업면적이며, 이 가운데 30%(30만300㎡)를 개발할 수 있게 풀었다. 1구역은 93.9%, 2구역은 69.6%가 임야여서 대규모 자연 훼손이 불가피한 상태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이곳은 솔·수리 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8종, 맹꽁이 등 멸종위기 야생식물 11종 등이 서식하는 청주 도심 최대 생물 서식지다. 미세먼지로부터 청주시민을 지키는 허파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유민채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사무국장, 맹지연 2020도시공원일몰제대응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 이은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대표, 조성오 청주도시공원트러스트 대표(왼쪽 부터) 등이 지난 4월 29일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협약을 했다. 청주도시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하지만 녹지가 형성된 데다 이웃 산남지구 등 아파트 단지, 학교·병원 등 정주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 27일 사업 참가 의향서를 받았는데 업체 5곳이 8곳(1지구 4곳, 2지구 4곳)의 사업 의향서를 냈다”고 밝혔다.
구룡산 살리기 시민대책위 등은 전국의 도시공원 일몰제 반대 단체 등과 연대해 촛불 문화제, 트러스트 운동 등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내년 7월 이후 실효 대상 공원 용지는 396.7㎢로 서울시 면적(605.3㎢)의 절반을 넘는다. 서울·경기 1259곳, 경북 482곳, 전남 453곳, 강원 341곳, 충북 248곳 등 일몰 대상 공원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전국에서 도시공원 일몰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완희 청주시의회 의원은 “청주의 트러스트, 촛불 문화제가 전국으로 퍼져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경각심을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 중앙·지방 정부가 예산을 들여 도시공원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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