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예총, 호아빈의 리본 회원과 베트남 푸옌성 호아빈 학교(지금은 푸트군 제2초등학교) 학생들이 장학금 전달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민예총 제공
문화 예술이 뿌린 화해의 씨앗이 상생이라는 경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28일 충북도에 팜다이즈엉 푸옌성 인민위원회 위원장(도지사 격) 등 베트남 사절단 12명이 찾았다. 충북도와 경제 협력을 염두에 둔 방한이었고, 충북도와 푸옌성은 협력·교류 증대에 합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팜다이즈엉 푸옌성 인민위원회 위원장과 이시종 충북지사(앞줄 가운데 양해각서 든 이, 왼쪽부터) 등이 28일 충북도에서 충북도-푸옌성 교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충북도 제공
두 곳은 △경제 협력 위한 격년 상호 초청·방문 △투자 유치, 합작 투자를 위한 기업 대표단 구성 △경제·통상·과학기술·농업 분야 교류·협력 △문화 예술·스포츠·관광 등 우호·교류 등을 합의했다.
팜다이즈엉 위원장은 “취임 뒤 첫 국외 방문지로 충북에 왔다. 경제 분야에서 한층 더 교류가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푸옌성과 충북도가 서로 발전하는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푸옌성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200여㎞, 호찌민에선 북쪽으로 550㎞ 남짓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이다. 인구는 100만명 안팎으로 충북도보다 조금 작다. 푸옌성은 베트남 전쟁 때 따이한(한국) 군인에게 1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아픔과 한을 간직하고 있다. 박영한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의 무대로 실제 ‘아버지의 강’이란 뜻을 지닌 쏭바가 흐른다.
지난해 충북을 찾은 베트남 푸옌성 예술단이 공연하고 있다. 충북민예총 제공
충북과 푸옌성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회 충북지회(충북민예총)가 문화 교류를 트면서다. 가난한 예술인들이 주를 이룬 충북민예총은 2004년부터 홀수해엔 푸옌성에 가고, 짝수해엔 그들을 충북에서 맞는 문화 예술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김명종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은 “국외 예술 교류를 추진하다 베트남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푸옌성 호아빈 마을 이야기를 듣고 교류를 하게 됐다. 처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푸옌성이 마음의 경계를 푼 것은 충북예술인들이 정성을 들인 학교 건립이다. 2005년 4월 푸옌성 종전 30돌 축제를 찾은 충북민예총에게 푸옌성 친선조직연합·문화통신청, 주민 등이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줄 수 있나요”라고 제안했고, 이때부터 충북예술인들은 마른 주머니를 털어 학교 건립에 매달렸다.
화가들은 특별전을 하고, 음악인은 공연을 했다. 충북민예총 문학위원장이던 도종환 시인(국회의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인세와 출판 후원금 858만7400원을 모두 내놨다. 그렇게 2500만원을 모아 2007년 9월 5일 평화라는 뜻을 지닌 8칸짜리 ‘호아빈 학교’(지금은 푸트군 제2초등학교)를 세웠다.
이후에도 꾸준히 컴퓨터, 도서 등을 지원했으며, 2012년 도종환 시인, 이철수 판화가 등이 주축이 돼 ‘호아빈의 리본’이란 단체가 꾸려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호아빈의 리본이 만들어지면서 도서관 건립, 장학금 지급 등까지 지원·교류가 확대됐다. 꿈 같은, 기적 같은 15년이었다”고 말했다.
충북민예총은 다음 달 24일부터 7월5일까지 열리는 푸옌성 재건 기념식에 설치, 공연 등을 곁들인 대규모 예술단을 보내 축하할 참이다.
도종환 시인(뒷줄 왼쪽) 등이 2015년 베트남 푸옌성 푸트군 제2초등학교를 찾아 장학 증서를 전달했다. 충북민예총 제공
충북도는 푸옌성과 인연을 계기로 베트남과 교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2000년 충북과 베트남의 무역은 3444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15억8200만 달러로 46배 정도 늘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수출입 규모는 6억1800만 달러 정도다.
신용찬 충북도 통상 1팀장은 “푸옌성은 관광·해양 물류 등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바이오·헬스·태양광·농업 등 충북의 신성장 산업과 교류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종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은 “푸옌성과 충북도의 교류·협력 양해각서 체결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감격스러웠다. 문화로 시작된 교류가 경제로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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