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민들이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점 책방아이 회원 40여 명이 18일 광주 금남로 5·18민주평화기념관을 방문해 옛 분수대 집회 장면을 영상으로 재현한 공간에 서 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말하면 좋을텐데요…”
대구에 사는 유춘남(42)씨는 18일 아침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기록관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80년 5·18 광주 학살과 무관하다고 하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말이다. 유씨는 이날 대구 주민들이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점 책방아이 회원 40여 명과 함께 5·18을 체험하러 광주에 왔다. 초·중등생인 자녀들과 동행한 이들은 10일간의 5·18항쟁 기록물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흑백 사진 속 거리가 금남로예요. 광주에 살면서 저는 군인들이 왜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을까하는 게 의문이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학살의 최고 책임자가 살아서 왔다갔다하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5·18기록관 해설사는 이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왜 5·18기념식에 오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추모하려고 오는 게 아니라 정쟁을 만들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닌 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대구 책방아이 회원들은 이날 5·18 당시 시민군들에게 건네려고 주먹밥을 만들었던 ‘양재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대구 주민들이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점 책방아이 회원 40여 명이 18일 광주 금남로 5·18기록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어 옛 전남도청과 전남경찰청 자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향했다. 이들은 5·18민주평화기념관부터 들러 ‘열흘 간의 나비떼’ 전시 콘텐츠를 관람했다. 5·18 10일간의 항쟁을 콘텐츠화 한 이설치물은 올해 8월 18일까지 개방된다. 이들이 80년 5월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을 본 떠 영상으로 재현한 공간에 서자 당시 5·18 연설 방송이 울려 나왔다. 옛 전남도청 본관 옆에선 “당시 바람이 많이 불고 총을 맞은 주검들을 놓았던 자리”라는 설명도 들었다. 대구 책방아이 회원들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80)이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가 총탄에 스러져 최후를 맞았던 지점에도 서 보았다.
대구 주민들이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점 책방아이 회원 40여 명이 18일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5·18민주평화기념관을 방문해 5·18 당시 주검들을 수습했던 장소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광주 사람 처음 볼걸요? 대구와 광주는 차로 두시간반 밖에 걸리지 않지만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먼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광주에 온 최희정(45·교사)씨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나 5·18 영화를 본 지인들도 선뜻 광주에 오는 것을 꺼리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씨의 남편 송영우(45)씨는 “최근 한국당 5·18 망언 이슈 때문에 대구에서도 5월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부모 세대 어르신들 중엔 여전히 북한군 투입설 등 가짜뉴스를 믿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5·18유공자 중에 가짜가 많다. 가짜 유공자들이 이득을 많이 본다’는 가짜 뉴스를 화제로 삼기도 한다”고 대구 분위기를 전했다. 송씨 부부의 큰 아들 태민(13·중10)군은 이날 “광주에 직접 와 보니 5·18 때 죽은 사람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책방아이 회원들은 “두 도시 사람들이 서로 오가며 역사적 경험을 나누고 공감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80)이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가 총탄에 스러져 최후를 맞았던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