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들과 광주시민들이 18일 5·18민주묘지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괴물집단이라고, 자식 죽여놓고, 그런 말 듣고도 참으라고”.
5·18민주화운동 39돌을 맞은 18일 기념식에 참석한 5·18 희생자 유족들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피맺힌 절규를 토해냈다. 유족들은 잇단 5·18 망언과 왜곡에 항의하려 황 대표에 다가가려 했지만 제지당하자 울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족들은 “무시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 때 남편을 잃은 박형순(69·여)씨는 “약을 올리려고 왔느냐. 우리가 괴물집단이냐 너희들이 괴물집단이지, 사과도 하지 않고 어디를 기웃거리느냐”고 울부짖었다. 유족 이용례(89·여)씨는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죽은 사람은 놔두고라도 산 사람한테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느냐, 너무나도 뻔뻔스럽다”고 성토했다. 다른 유족은 “내 자식 죽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살려달라고 그렇게 당부했고, 내 손을 잡고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속을 긁어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족 중 일부는 “빌미를 주면 안 돼, 황교안을 주인공으로 만들면 안돼”라며 행렬을 막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분노한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이근례(76·여)씨는 말리는 유족을 붙잡고 “제발 나 좀 잡지 말아라. 우리더러 세금 축낸다는 괴물 같은 사람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어서 쫓아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유족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참배객도 동참했다. 참배객들은 꼼짝하지 못하고 항의 인파에 갇혀 있는 황 대표를 향해 ‘사과해’ ‘사과해’라고 수십 차례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황 대표는 시민들의 항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찰의 경호 속에 기념식장을 떠났다.
안관옥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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