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버스 파업과 관련해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정부의 버스요금 인상안을 받아들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수도권 전체가 아니라 경기도민에게만 차별적인 버스요금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며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합의 하루 만인 15일 경기도에서는 벌써부터 ‘서민 주머니 털어 파업 땜질했다’ ‘여당 압박에 이재명 지사가 백기를 들었다’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도민들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이 지사는 왜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안에 합의했을까.
정부와 경기도의 힘겨루기는 지난 9일 시작됐다. 8~9일 전국 주요 시·도의 버스노조가 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5일로 버스 파업을 결의하자, 경기도는 “주 52시간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고, 대중교통은 일상의 복지인 만큼 이번 버스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국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지방정부가 버스요금 현실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거푸 내놓으며 맞섰다. 정부 안에서는 “요금을 200원만 올리면 되는데 이 지사가 여론 눈치를 보며 협조를 안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양쪽의 힘겨루기 속에 경기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3일 정부의 ‘돈줄’을 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버스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하면서다. 홍 부총리는 복합환승센터 설치 및 광역 급행버스 지원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요금 인상과 광역버스 준공영제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당정 협의안도 마련됐다.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경기도가 정부에 요구해온 내용이었다. 이에 경기도 안에서도 요금 인상안을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용 쪽으로 기울던 분위기는 14일 오전 이 지사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과 인천 등 인접한 지역의 버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경기도만 요금을 올리면 경기도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를 시행하는 만큼 경기도 요금 인상분의 20%가 서울 등으로 귀속된다는 것이 이 지사가 인상안에 반대한 주요 이유였다.
이에 당정이 다시 협의해 대안을 마련했다. 수도권 환승할인제에 따라 서울에 지급하는 환승할인 손실분 가운데 요금 인상분은 회수해 경기도로 반환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가 요구한 광역버스 준공영제로 연간 1090억원의 버스재정지출을 줄여 도민의 교통복지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경기도의 자체 분석도 이 지사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조했다. 파업이 현실화돼 생길 수 있는 도민 불편도 이 지사가 시내버스 200원, 직행 좌석버스 400원 인상이라는 정부안에 합의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해결 방법이 참으로 마땅치 않다. 지금 상태로 계속 갈 경우 대규모 감차 운행이나 배차 축소로 도민들의 교통 불편이 극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 지사가 14일 기자들에게 밝힌 버스요금 인상 이유는 이러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