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에서 새누리당 경력을 홍보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강은희(55) 대구시교육감이 항소심에서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강 교육감은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연우)는 13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 교육감에게 원심이 선고한 200만원의 벌금형을 깨고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법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한 행위이고,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피고인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력이 광범위하게 보도됨으로써 상당수의 선거구민이 이를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후보자 간 토론회를 통해서도 피고인의 당원경력이 노출됐고, 특히 선거운동기간 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여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피고인의 당원경력이 공개됐다. 이 사건 선거과정에서의 후보자 간 지지율 변화 추이 및 선거결과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이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하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강 교육감은 지난해 6월13일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강 교육감은 그해 4월26일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새누리당)’이라고 적힌 선거홍보물 10만880부를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그해 4월30일 이를 그대로 유권자에게 배포했다. 강 교육감은 또 그해 3월24일~6월12일 선거사무소 벽보에도 같은 이력을 게시했다. 교육자치법 제46조 3항에는 ‘(교육감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심을 맡은 당시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현찬)는 지난 2월13일 강 교육감에게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교육감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했다”며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교육자치법 제49조(공직선거법의 준용)에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강 교육감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방청석을 가득 메운 강 교육감의 지지자들은 재판 중에 큰 환호성을 지른 뒤 함께 우르르 법정을 나가버렸다.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강 교육감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재판부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대구 교육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 민중당 대구시당,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교조 대구지부는 일제히 논평이나 성명을 내어 사법부를 비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에서 “전관 변호사 등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전직 교육감과 교육국장, 교육장 출신 등 보수교육단체들이 강은희 교육감 구하기에 나서면서 재판부는 벌써 사법 농단 사건을 잊었는지 이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이번 판결을 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역시 ‘정의’나 ‘법 앞의 평등’이니 하는 말은 잠꼬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절실히 느끼면서 살벌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강은희 교육감 살리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대구교육을 낭떠러지로 추락시켜 고사 직전으로 내몬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다”라고 비난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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