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왼쪽 여섯째), 이차영 괴산군수(왼쪽 다섯째) 등이 지난 3일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개장식에서 낚시 행위극을 선보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전국 유일의 내륙도다. 남북 분단 전 한반도의 중심이란 뜻에서 ‘중원’으로 불렸다. 산·강·들로 둘러싸여 지금도 충북 최서단 진천 서운산에서 47㎞를 달려야 서해안 갯내음을 맡을 수 있다.
바다를 곁에 두려는 충북의 꿈은 간절하다. 지난 3일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에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가 문을 열었다. 해양수산부 등이 지원해 부산·목포·영덕 등 바닷가 마을 곳곳에 수산식품산업 단지가 들어선 적은 있지만, 내륙에 거점을 확보한 것은 충북이 처음이다. 2013년부터 6년여 동안 230여억원을 들여 7만5623㎡에 조성한 괴산 수산 거점단지엔 생선·건어물 등의 유통상가와 식당 등도 마련됐다. 이병배 충북 내수면산업연구소장은 “바다가 없으니 바다를 달라는 역발상으로 해양수산부 등 정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충북의 바다뿐 아니라 내륙의 강점인 민물(내수면)을 특화해 이 수산 거점단지를 ‘중원의 자갈치 시장’으로 키울 참이다. 충북은 이른바 ‘민물의 강자’로 불린다. 황쏘가리, 빙어, 뱀장어, 동자개 등의 양식에 성공, 보급에 힘써온 까닭이다.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가 지난 3일 충북 괴산에 문을 열었다. 바다 없는 내륙 마을에 수산 거점단지가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괴산군 제공
괴산 수산 거점단지에선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송어 가공이 추진된다. 민물에서 6개월 정도 기른 송어(200g 안팎)를 바다로 보내 10~12개월 정도 성장(2~3㎏)시킨 뒤 선어·훈제 등으로 가공해 전국에 유통할 참이다. 바다 마을의 전유물이었던 김 가공 공장도 있다.
민물·바다 생선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식당도 6곳 있다. 바다 생선회·매운탕·구이뿐 아니라 쏘가리 등 민물고기 요리와 충북 토속음식인 민물고기 국수·어죽 등도 선보인다. 열대어·토종 민물고기와 바다 어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체험장도 조성하고 있다. 황금희 충북도 내수면산업과장은 “충북은 사통팔달 교통과 지리적 여건으로 수산물 유통에 강점이 있다. 바다에 가지 않고도 각종 어류를 맛보고 사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충북도 미래해양과학관유치추진위원회가 지난 4일 청주 무심천에서 해양과학관 유치 기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내륙에 바다를 들이려는 충북의 꿈은 해양과학관 유치로 이어진다. 충북도와 충북 정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3월 미래 해양과학관 유치위원회를 꾸리고 ‘바다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4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열린 청주 무심천에서 해양과학관 유치를 위한 100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5만여명이 서명했고 9월 말까지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해수부 등에 건넬 참이다.
충북은 이미 설립된 부산 해양박물관(2012년), 충남 서천 해양생물관(2013년)과 추진 중인 경북 울진 해양과학교육관(2020년), 인천 해양박물관(2023년) 등에 이어 제5의 바다 기관이 ‘바다 없는 마을’에 오길 기대한다. 이설호 충북도 농정기획팀장은 “바다가 없는 마을 충북이 지닌 ‘바다의 꿈’은 간절하다. 누구나 바다를 가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들에게 바다를 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충북도 미래해양과학관유치추진위원회가 지난 4일 청주 무심천에서 해양과학관 유치 기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