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밀러 영국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의장이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기본소득을 실험 중인 대표적인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시험을 진행했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장기 실업자(25~58살) 2천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72만여원)를 지급했다. 지급 대상자의 구직행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실험의 주된 목적이었다. 핀란드는 지난 2월, 이 시험과 관련한 예비 결과(1차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가 29일 주최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여한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시그네 야우히아이넨은 이날 1차 결과와 관련해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을 주면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실제로는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것보다 구직활동이 줄지 않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받은 그룹이 삶의 만족도나 안정감, 사회적 복지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극빈 계층 비중이 높은 인도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됐다. 이날 박람회에서 인도 시킴주에서 10개 마을을 상대로 실시된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발표한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인도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 지원에 따른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인도에서 매달 성인에게 3.2~4.7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적은 돈이었지만 대상자의 식사가 개선되고 가축 양이 늘었으며, 마을 주민들끼리 협업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신뢰를 투입하면 신뢰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애니 밀러 영국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의장은 미국 알래스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석유 재원을 이용해 1992년부터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 중이며 2009년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는 여성과 아동에게 한달에 1만원가량 지급되는 기본소득 실험으로 최악의 빈곤에 처한 사람이 빈곤으로 더 이상은 죽지 않는 상황으로 개선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 역시 기본소득 시행에 따른 최대 문제로 재원 확보를 꼽았다. 스위스 라이나우시의 안드레아스 예니 시장은 “1300명 전체 시민을 상대로 기본소득을 하기로 하고 크라우드펀딩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왜 부유한 우리가 기본소득을 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느냐’는 반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 확대를 통해 모두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가려면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세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애니 밀러는 “알래스카의 국부펀드나 국토보유세, 또는 부유세 등 소득 재분배를 위한 재원 조달은 다양하다”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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