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채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사무국장, 맹지연 2020도시공원일몰제대응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 이은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대표, 조성오 청주도시공원트러스트 대표(왼쪽 부터) 등이 29일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협약을 했다. 청주도시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시민 모금으로 일몰제 위기에 빠진 도시공원을 지키려는 ‘트러스트’ 운동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북 청주에서 시작됐다.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시공원 일몰제(도시 계획시설 실효)의 대안이 될지 눈길을 끈다.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2020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등은 29일 오후 청주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 협약을 했다. 이은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대표는 “청주 구룡공원은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연 유산이다. 전 국민 모금을 통해 소중한 도시공원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 모금 등을 통해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아파트 건립 등 개발 위기에 몰린 청주 구룡공원 땅 일부를 사들일 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을 대상으로 구룡산 땅 한평 사기 캠페인을 벌이고, 2020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청주 구룡산 트러스트’ 운동을 전국화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와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등은 시민,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금 모금에 나선다. 이들은 100억원을 모아 구룡공원 우선 매입 대상지인 농촌방죽 일대 14만9500㎡를 사들여 아파트 택지개발 등 막개발을 막을 계획이다.
신경아 청주 도시공원 지기키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앞서 지난 2009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함께 시민 모금을 벌여 두꺼비 서식지인 청주 원흥이 방죽 일대 1008㎡를 보존했다. 이번에도 청주뿐 아니라 전국으로 트러스트를 확산해 개발 위기에 몰린 도시공원을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주시는 지난 9일 매봉·구룡공원 등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공원 용지의 민간 특례 사업 개발 허용을 발표하면서 시민·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민간 특례는 대상 용지의 30%는 개발하고, 70%는 공원 등으로 보존해 지방정부 등에 넘기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개발은 대부분 아파트 신축이다. 청주 산남·성화동 일대에 있는 구룡공원은 128만9369㎡로 국공유지가 23만8851㎡, 사유지가 105만518㎡이며, 두꺼비·맹꽁이·부엉이 등이 서식하는 청주의 허파로 불리는 곳이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청주시는 예산이 없어 구룡공원 용지 매입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의지가 없는 것이다. 핵심 용지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면 청주 도심 최대 생물서식지를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중앙정부·지방정부 등이 공원을 조성하려고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지나도록 실행하지 않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내년 7월 이후 실효 대상 공원 용지는 396.7㎢로 서울시 면적(605.3㎢)의 절반을 넘는다. 서울·경기 1259곳, 경북 482곳, 전남 453곳, 강원 341곳, 충북 248곳 등 일몰 대상 공원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지방정부와 환경단체 등이 개발·보존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맹지연 2020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내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도시공원들이 개발, 훼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청주가 시민 모금 등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도시공원 지키기에 나선 것은 감동 그 자체다. 청주 트러스트 모델을 전국의 도시공원으로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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