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당·엄항섭 선생(뒷줄 왼쪽부터)과 그 가족들. 국가보훈처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임시정부를 지켰던 여성 독립운동가 연미당(1908~1981) 선생이 재조명된다.
충북도는 연미당 선생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리는 전시관을 만든다고 11일 밝혔다. 청주 미래여성플라자에 들어서는 전시관에는 연 선생과 임수명(1894~1924)·박자혜(1895~1943) 선생 등 여성 독립운동가 11명의 흉상, 활동사진, 유품 등이 전시된다. 전시관은 오는 11월 17일 순국선열의날을 맞아 문을 연다. <한국방송>은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독립투사 연미당’을 제작해 오는 13일 방송한다.
연 선생은 증평 출신 독립운동가 연병환(1878~1926) 선생의 딸이다. 연병환 선생은 1907년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1919년 3월13일 북간도 만세운동의 숨은 조력자다. 이후 동생 병호, 병주, 병오씨 등을 북간도로 불러 가족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난 연미당 선생은 아버지와 삼촌들의 독립운동을 보고 자랐다. 열아홉살 때 훗날 상하이 임시정부 선전부장을 지낸 엄항섭(1898~1962) 선생과 결혼했다. 중국어·불어·영어 등을 익힌 엄 선생은 백범 김구 선생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임시정부가 중국 정부와 교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백범 서거 뒤 장례식에서 “선생님 민족을 걱정하시던 얼굴을 아침마다 뵈었는데 내일부터는 어디 가서 뵈오리까. 선생님을 보내고 싶지 아니합니다”라는 추모사를 읽기도 했다.
연미당 선생은 임시정부와 함께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했다. 임시정부가 일제의 눈을 피해 상하이, 난징, 광저우, 충칭 등으로 8000㎞ 대장정을 할 때 언제나 함께했다. 윤봉길 의사가 폭탄 투척 의거를 할 때 폭탄을 싼 보자기를 선생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연미당 선생은 한인여자청년동맹, 한국애국부인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연미당·엄항섭 선생과 자녀들. 국가보훈처 제공
연미당 선생의 애국정신은 딸 엄기선(1929~2002) 선생이 이었다. 엄 선생은 중국 방송을 통해 임시정부의 활동과 일제의 만행을 동포들에게 알려 나갔다. 박걸순 충북대 교수(사학과)는 “연미당 선생은 아버지와 삼촌, 남편, 딸까지 3대에 걸친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다. 임시정부 100돌을 맞아 반드시 되새겨야 할 민족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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