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민이 크게 늘어나면서 행정력이 부족하자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의 치안과 쓰레기 단속 등의 외국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주민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는 등 행정과 치안 수요까지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시흥 외국인자율방범대의 활동 모습. 시흥시 제공
국내 거주 외국인이 급증하자 경기도 시흥 등 일부 지방정부들이 외국인의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를 주민 수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시흥시 등 경기도 내 6개 지방정부는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를 주민 수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118조)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7조)을 고쳐달라고 정부에 건의안을 내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에는 주민 수를 산정할 때, 주민등록이 돼 있는 인구만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는 주민수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건의안에 참여한 지역은 3만명 이상의 등록 외국인 등이 있는 수원·안산·화성·부천·평택시와 시흥시 등 6곳이다.
이들 6개 지방정부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지금 상태로는 급증하는 외국인의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민이 늘면서 인감등록과 재발급, 체류지 변경, 출입국 증명 등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다양한 행정 수요는 늘고있지만, 이들을 주민에 포함시키지 못해 지방정부 인력과 기구는 수십년째 제자리다. 정부는 행정기구와 정원을 책정할 때 외국인을 뺀다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기준을 고수하면서, 최근 수년간 외국인 급증에 따른 신규 행정 수요를 사실상 외면해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정부 외국인 주민 현황을 보면, 국내에 거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귀화자·외국인 주민 자녀는 2017년 186만1084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처음 낼 때(53만6627명)보다 11년새 3.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북(183만6832명)·충북(159만9,252명)·강원(154만3052명) 지역 주민등록인구 보다 많지만, 주민등록 인구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전국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인력이나 예산 등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6059명으로 외국인을 포함하면 국내 인구는 5368만여명까지 늘어난다.
행정력이 부족하자 관련 업무를 주민에게 넘기는 상황에 놓인 지방정부도 있다. 시흥과 안산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의 치안과 쓰레기 단속 등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주민 자율방범대를 운영하고 있다. 시흥과 안산은 각각 전체 주민의 11.81%와 13.02%가 외국인 주민이다.
정부가 주민등록 인구에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를 제외하는 것은 현행 지방자치법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6개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법은 이미 등록 외국인을 주민으로 인정해 주민투표권과 조례 제정과 개폐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외국인들은 현재 행정에 있어 유령처럼 취급되고 있다. 행정서비스는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공정하게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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