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당시 숨진 박석전(70)씨의 사고 현장 모습. 인근 주택에서 날아와 박씨를 덮친 건물 잔해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바로 뒤에 박씨의 집이 보인다. 박석전씨 유족 제공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산불을 피하려다 강풍에 날아온 지붕 잔해 등에 맞아 숨진 박석전(70)씨가 산불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 박씨가 산불 피해자로 인정받으면서 이번 동해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강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고성 산불 당일 숨진 박씨는 고성군에서 내린 대피 명령을 따르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박씨는 4일 강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산불 피해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이튿날 “박씨는 별개의 사건으로 사망했다”며 피해자 집계에서 뺀 인물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산불 대피 방송을 듣고 집을 나섰다가 사망했다며 박씨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요구해왔다.
윤충락 고성군청 안전총괄담당은 이날 “박씨가 단순 강풍 탓에 사망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접한 뒤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니 피해를 당한 직접적인 원인은 강풍이었으나, 최초 원인 제공이 산불인 것으로 확인돼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산불로 인한 사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성군은 현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사망자에겐 구호금 1천만원과 장례비 등이 지원된다.
박씨는 지난 4일 밤 10시30분께 자신의 집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강풍에 날아온 지붕 잔해 등이 박씨를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의 딸 안아무개(45)씨는 “이제라도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이 사회재난인 산불로 인정받게 돼 너무나 다행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에서 마음 편하게 눈을 감으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1일 강원도 산불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게 무료로 임시 조립주택을 긴급 지원하는 등 이재민 지원 대책 및 피해 복구 대책을 발표했다. 임시 조립주택을 원하는 이재민은 누구나 지방정부를 통해 신청하면, 한 달 안에 24㎡(약 7평) 크기의 임시 조립주택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집이 파손된 이재민들에게 주거 지원 보조비 1300만원과 주택 복구 융자도 지원된다.
박수혁 채윤태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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