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주말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고성·속초 산불로 관광객이 줄면서 아바이마을의 명물인 갯배도 손님을 절반도 태우지 못한 채 운행하고 있었다.
“전화가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산불 났을 때보다 예약 취소 전화가 더 무서워요.”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이 완전 진화된 다음 날인 지난 6일 오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이날 이곳은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 지역 대표 관광지가 된 곳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한산했다.
새우튀김 장사를 하는 류현희(53)씨는 “여기는 주말에만 반짝 사람이 몰리는데 토요일엔 관광객 행렬에 밀려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한데 지금은 텅 비어 있다. 평일보다 사람이 없다. 산불 탓에 관광객이 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울상을 지었다.
아바이마을의 명물인 ‘갯배’도 손님을 절반도 태우지 못한 채 운행을 이어갔다. 갯배 선착장 바로 옆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조성윤(48)씨는 텅 빈 자리들을 가리키며 “손님이 반 토막 났다. 갯배를 보면 관광객 감소를 실감할 수 있다. 주말이면 줄지어 갯배를 탔는데 지금은 줄 자체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 동해안 4개 시·군에 걸쳐 발생한 산불로 지역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재난급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동해안 나들이를 계획했던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숙박업을 하는 양상원(29)씨는 “속초 산불 소식 이후 주말 예약이 100% 취소됐다. 심지어 다음 주와 그다음 주까지 예약된 게 10건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전부 취소됐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해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동해시는 지역 대표 관광시설인 망상오토캠핑장이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숙박시설과 부대시설, 조경수 등이 완전히 불에 탔다. 망상동 주민 배기주(74)씨는 “산불 소식 이후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 구호물자도 좋고, 자원봉사도 좋지만 지금은 동해안을 찾아주는 것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철수 속초시장도 “이번 산불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오늘부터 더 많은 관광객이 속초를 방문해 주는 것이 속초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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