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일반 판매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는 정이품송 자목. 2010년 정이품송 솔방울 씨앗을 받아 키웠으며, 정이품송과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 제공
충북 보은군이 천연기념물 정이품송(103호) ‘자목’ 판매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은 지난해 이미 충청지역 공공기관 등에 100만원씩 받고 21그루를 팔았으며, 이달부터 일반인 등에게도 대량 공급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법령 검토와 함께 보은군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보은군은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키운 10년생 자목 200여 그루를 기관·기업·개인 등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들 자목은 2010년 정이품송 솔방울 속 씨앗을 받아 키운 것으로 키 3~4m, 밑동 지름 10~15㎝가량이다. 군은 한 그루에 100만원씩 값을 정했으며, 유전자 검사결과와 품질 인증서도 발행해 줄 계획이다.
신경수 보은군 산림경영팀장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99.9% 이상 정이품송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동안 군유림 묘포장에서 1만여 그루를 키웠으며, 266그루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이품송 자목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보은군은 지난해 이미 충남, 충북 등 공공기관에 21그루를 100만원씩 받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펄쩍 뛰었다. 정지흥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담당은 “보은군이 정이품송 자목을 판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애초 유전자 보존을 위해 현상변경 허가를 했는데 유전자 보존이 아니라 일반 등에게 판매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령 검토를 한 뒤 보은군에 대해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보호법(35조)을 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팀장은 “애초 정이품송이 고사 위기가 있어 유전자 보호에 나섰고, 이미 상당수 유전자 보존이 이뤄져 판매를 계획했다.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이품송이 600살을 넘기면서 폭설·강풍 등으로 가지를 잃어 직각 삼각형 형태의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다(왼쪽). 오른쪽은 1990년대 초까지 정삼각형 형태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정이품송 모습. 보은군 제공
한편, 보은군은 정이품송에서 5㎞ 남짓 떨어진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자목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 소나무는 정이품송의 부인나무라는 뜻으로 정부인송으로 불리고 있다. 신 팀장은 “정이품송의 위치, 자태 등의 격에 견줘 정부인송은 한그루에 50만원 정도 받고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은 조선 시대 세조의 어가 행렬이 지날 때 늘어뜨려진 가지를 스스로 들어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애초 삼각형 형태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했지만, 솔잎혹파리, 태풍·폭설 등의 영향으로 가지가 부러져 한 쪽 면이 훼손된 상태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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