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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시 기준 ‘인구 100만명’ vs ‘행정수요 100만명’

등록 2019-04-01 04:59수정 2019-04-01 20:54

‘인구 100만명 이상’ 지정 기준 놓고
“주간 인구 등 행정수요 반영해야”
전주·청주·성남 등 개정 요구 나서
정동영 대표 등 정치권도 움직임
“광역지자체 유명무실해져” 우려도
지난 25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전주시와 청주시 등을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지난 25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전주시와 청주시 등을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 지정 기준으로 정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인구수가 아니라 행정수요 등 인구 외 다양한 기준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춘 도시도 특례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례시 기준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지난 26일이다. 특례시는 기초지방정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갖는,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의 중간에 해당하는 새로운 형태의 행정 단위다. 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특례시 지정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정했다. 정부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는 것은 1988년 이후 31년 만이다.

현재 인구 100만명 이상인 기초지방정부는 경기도 수원·고양·용인과 경남 창원 등 4곳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1명인 부시장을 2명으로 늘릴 수 있고, 자체적으로 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해제할 때 시·도지사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 변경 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지방연구원 자체 설립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인구 100만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북 전주, 충북 청주, 경기 성남 등 지역의 구심점 구실을 하는 도시들이 특례시 기준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가운데 성남시는 1일 성남시청에서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는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막강한 재정력을 가졌지만, 인구가 96만명인 경기도 성남시는 ‘행정수요 100만명’을 내세우고 있다. 성남시 용역 결과를 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경기도 기초지방정부의 인구는 수원시 120만명, 고양시 104만명, 용인시 103만명 순이다. 그러나 주간인구는 성남시가 92만명으로 수원시(104만명) 다음으로 많다. 용인시는 86만명, 고양시는 82만명이다. 2017년 기준 법정민원수도 성남시가 157만건으로 수원시(202만건) 다음이며, 용인시는 153만건, 고양시는 136만건이다. 성남이 단순히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특례시를 지정할 것이 아니라 “행정수요 100만명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 지정 기준에 추가 반영해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주시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의 케이(K)리그 홈경기에서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고, 전북현대의 우승을 기원하는 ‘특례시 지정 촉구, 전주시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전반전이 끝난 뒤 ‘전주시드론축구단’이 드론축구를 시연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의 케이(K)리그 홈경기에서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고, 전북현대의 우승을 기원하는 ‘특례시 지정 촉구, 전주시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전반전이 끝난 뒤 ‘전주시드론축구단’이 드론축구를 시연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전주가 지역구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의원 23명은 인구 65만명인 전주, 85만명인 청주, 96만명인 성남을 특례시로 지정하기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대도시에 대한 특례인정’에서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정부)안에다,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로서 행정수요가 100만명 이상인 대도시 및 도청소재지인 대도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전주와 청주의 특례시 지정은 지방분권을 완성하고 환황해권 경제시대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28일 시청 강당에서 열린 ‘3월중 청원공감한마당’ 행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례시와 관련한 특강을 하고 있다. 김 시장은 “특례시는 전주가 광역시에 준하는 도시로 지정을 받아 그동안과 달리, 국가예산 등에서 한 개 몫이 아닌 두 개 몫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제공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28일 시청 강당에서 열린 ‘3월중 청원공감한마당’ 행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례시와 관련한 특강을 하고 있다. 김 시장은 “특례시는 전주가 광역시에 준하는 도시로 지정을 받아 그동안과 달리, 국가예산 등에서 한 개 몫이 아닌 두 개 몫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제공
반면, 이런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러 기초지방정부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광역지방정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도다.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충북도의 인구감소와 재정약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강전권 충북도 자치행정과장은 “청주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것보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특례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박임근 김기성 송인걸 오윤주 최상원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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