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포항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북 포항 주민들이 지열발전으로 포항지진을 촉발한 산업통상자원부 전 장관 등을 살인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29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산업부 전 장관, ㈜넥스지오 대표, ㈜지열발전 대표를 살인죄와 상해죄 혐의로 형사 고소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들이 지열발전 물 주입 과정에서 미소지진을 계측하고, 그것이 강한 지진의 전조 현상임을 알면서도 2017년 8월부터 다시 물을 주입해 포항지진을 발생시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모성은 대책본부 공동대표는 “포항지진이 일어나기 불과 1년 전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가이즈 지열발전소의 진도 5.0 규모 유발 지진을 통해서도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2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나 상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는 주민들을 모아 3차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지난해 10월 주민 71명을 모아 정부와 지열발전 사업을 주관한 (주)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1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1월15일 진도 5.4 규모의 포항지진이 발생한 날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인당 하루 5000~1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본부는 지난 1월 1200여명이 참여한 2차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냈다. 대책본부는 “하루 400~600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 신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2015년 ‘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건설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전담하고 자원개발 중소기업 ㈜넥스지오가 주관했다. 정부 예산 195억원, 민간 278억원 등 473억원이 투입됐다. 기술 개발과 플랜트 설비 건설 등 과정이 지연돼 상용화 단계로 진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2017년 11월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17년 11월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는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 계기지진관측 이래 2016년 9월12일 발생한 진도 5.8 규모의 경주 지진에 이어 두번째로 큰 지진이었다. 이 지진으로 포항에서는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포항시가 공식 산정한 피해액은 846억원이지만, 직간접 피해 추정액은 3323억원에 이른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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