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하소동 스포츠 복합 건물. 오윤주 기자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사고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사온 소방 지휘부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조처에 불복해 법원에 낸 재정신청이 기각됐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타당한지를 법원에 묻는 조처다.
대전고법 청주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수)는 26일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소방 지휘부의 조처가 최선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사망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소방 지휘부의 죄가 있고 없고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한을 푸는 의미에서 재판 한 번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재정신청마저 기각해 너무나 분하고 안타깝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이어 법원이 재정신청까지 기각한 마당에 대한민국엔 믿을 곳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 결정문 등을 분석한 뒤 이번 주말께 유가족 대책위 총회 등을 열어 대책을 논의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책위는 국가 배상 등 국가의 책임을 묻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유가족 대책위 변호인은 “애초 고소를 하지 않은 다른 유족이 고소를 한 뒤 헌법 소원을 할 수도 있지만, 지난 유가족 총회 때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가 배상 민사 소송을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유가족이 너무 지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한 수사를 해온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10월 18일 제천소방서장과 지휘조사팀장 등 부실 대응 의혹을 사온 소방 지휘부 2명을 불기소처분했다. 검찰은 “긴박한 화재 상황과 화재 확산 위험 속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반발한 유가족은 같은 해 11월 29일 항고했고, 검찰이 12월 19일 “원처분(불구속기소)과 같은 이유”라며 항고를 기각하자 재정신청을 했다. 유가족 쪽은 500여쪽에 이르는 재정신청서에서 “사고 당시 소방 지휘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해 시실 상 구조를 포기했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를 잘못해 처벌받은 해경처럼 이들 또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 복합 건물에서 난 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으며, 유가족들은 소방 당국의 늑장·안이 대처로 피해가 커졌다며 소방 지휘부의 처벌을 요구해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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