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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채팅앱으로 여성 137명한테 9천만원 뜯어낸 사기범 2년 만에 검거

등록 2019-03-26 18:25수정 2019-03-26 20:27

3년 동안 여성 137명한테 9000만원대 사기 행각
2017년 영장기각으로 석방 이후에도 16건 사기
경찰·검찰 등 전국 수사기관 14곳 수배
전화·계좌 쓰지 않고 전국으로 도피행각
청주상당경찰서.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청주상당경찰서.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니면서 범죄 행각을 벌인 전국구 채팅앱 사기범이 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휴대 전화, 계좌 등을 개설하지 않고 전국을 떠돌면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1997년 탈옥한 뒤 전국을 떠돌며 절도·강도 행각을 벌이면서도 경찰 등의 수사망을 따돌리다 2년 만에 검거된 탈옥수 신창원에 견줘 ‘채팅앱 사기계의 신창원’으로 불릴 정도였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채팅앱을 통해 여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아무개(22)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ㄱ(20)씨 등 여성 137명한테서 9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사고 있다. 2017년 6월께 ㄴ 씨한테서 1천만원을 뜯어냈으며, 한 여성에게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학생, 연예인 연습생 등을 사칭한 김씨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ㄱ씨 등에게 “사귀자”, “외롭다”, “이야기나 나누자”고 접근한 뒤, “카드가 정지됐는데 다음 달에 갚겠다”, “잠시 계좌가 막혔는데 풀리면 줄게” 등의 말로 돈을 뜯어내 유흥비·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사기·도피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김씨는 채팅앱 사기 행각을 하다 2017년 2월 청주상당경찰서에 검거됐다가 영장 실질 심사에서 기각돼 주소지였던 대구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고, 대구지검은 지난해 6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국 경찰서 13곳과 검찰 등 14개 수사 기관에서 수배를 하고 추적을 했지만 김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2017년 2월 이후 경찰에 접수된 김씨 관련 범행 신고만 16건이다. 경찰은 “피해자는 주로 20대 초반의 여성이었으며, 전국에 분포돼 있다. 피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신창원식’ 도피행각을 했을까? 경찰은 그의 치밀함을 들었다. 청주상당경찰서 경제팀 관계자는 “채팅앱 전문 사기범인데 전화를 개설하지 않았다. 전화가 안되는 먹통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지역에서 채팅을 하거나, 피시방·여관 등의 컴퓨터로 접속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김씨가 자신의 계좌를 만들지 않고 행인·편의점 종업원 등의 계좌로 피해 여성한테서 송금 받고 자취를 감췄다. 친구 등 지인을 사귀지 않고, 전국의 여관을 떠돌며 수사망을 피해왔다. 여관도 거의 하루 이상 머물지 않고 이동하는 등 거의 ‘신창원급’ 행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연고지가 있는 대구 등의 모텔촌을 배회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22일부터 대구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지난 24일 새벽 검거했다. 검거 당시 김씨는 전화가 되지 않는 스마트폰과 현금 90만원을 가지고 있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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