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오송역. 승객들이 오송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오윤주 기자
지난해 11월22일 경부선 고속철도(KTX) 무더기 지연 운행으로 시민을 불편하게 했던 케이티엑스 오송역 근처 단전 사고는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오송역 근처 조가선(전차선을 매달려고 위쪽에 설치하는 전선) 교체 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현장 감리 ㄱ(63)씨, 시공업체 대표 ㄴ(43)씨 등 4명을 업무상과실(기차교통방해죄)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압착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이 빠지면서 아래로 늘어졌고, 이 선이 운행하던 열차의 집전기(팬터그래프)와 접촉하면서 단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지난해 11월 22일 경남 진주발 서울행 KTX 414호 열차가 1시간 54분 지연됐으며, 다른 열차도 무더기 지연 사태가 빚어지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X 오송역에 설치된 전선.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오송역 부근에서 이 전선 위쪽 조가선이 끊기면서 단전이 일어나 열차 운행지연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윤주 기자
ㄴ씨 등은 지난해 11월20일 새벽 0시50분부터 4시30분까지 오송역 근처에서 조가선 교체 공사를 하면서 작업 시간을 줄이려고 규격을 어기고 부실시공을 한 혐의를 사고 있다. 애초 규격은 전선의 피복을 77㎜ 벗기고 4단계 홈까지 밀어 넣은 뒤 25㎜ 이하로 단단하게 압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선 피복을 규격보다 22.5㎜ 모자란 54.5㎜만 벗겨 충분히 밀어 넣지 않았으며, 압착 또한 25.23~26.87㎜에 그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피복을 충분히 벗기지 않은 데다 압착도 느슨하게 진행해 조가선 연결이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시공·감리·관리·감독 등의 공동 과실이 빚은 사고였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부실시공으로 드러난 연결 전선의 단면. 애초 피복을 벗겨 77㎜까지(아래 사진 파란 선까지) 깊숙하게 밀어 넣은 뒤 25㎜ 이하로 둥글게 압착(위 사진)해야 하지만 당시 시공업체는 54.5㎜만 피복을 벗겨 충분히 밀어 넣지 않았고(아래 사진 붉은 선) 압착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코레일 쪽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초 사고 뒤 코레일은 철도시설공단이 최초 발주한 조가선 공사로 단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이 공사를 맡아 진행한 충북도에 열차 지연에 따른 피해 금액을 구상할 뜻을 비쳤다. 김진성 충북도 건설관리팀 주무관은 “지금까지 코레일 쪽에서 구상권 청구 등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코레일이 구상권을 청구하면 검찰과 법원 등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본 뒤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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