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관 등이 지난 22일 밤 ‘낭떠러지 비상구’ 추락 사고가 난 충북 청주시 사창동의 한 노래방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노래방 방화문 밖 비상구 문이 열리면서 노래방 손님 5명이 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2명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구 밖은 추락 방지용 난간이나 계단이 없었다. 문이 열리면서 낭떠러지로 추락하듯 손님이 떨어졌다. 2년 전 강원 춘천의 한 노래방에서도 ‘낭떠러지 비상구’ 사고로 손님 한 명이 숨졌다.
22일 밤 10시1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한 상가 2층 노래방 비상구 문이 열리면서 손님 송아무개(39)씨 등 5명이 3m 아래 바닥으로 잇따라 떨어졌다.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송씨 등 2명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회사 동료들로 이날 회식을 한 뒤 노래방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청주청원경찰서 한 팀장은 “이들이 노래방 복도 방화문 밖 한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간에서 실랑이하다가 갑자기 비상구가 열리면서 떨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비상구는 밖으로 열리게 돼 있고, 안쪽엔 작은 미닫이 잠금장치가 있다. 이 잠금장치가 휘어진 것으로 미뤄 이들이 서로 밀치다 비상구에 몸이 닿았고, 잠금장치가 이를 견디지 못해 문이 열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왜 이곳에 들어갔고, 또 어떤 과정에서 사고가 났는지 자세한 경위 등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밤 손님 5명이 잇따라 추락한 한 노래방의 방화문. ‘추락위험’ 등 안내가 붙어 있지만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닫이 잠금장치가 돼 있는 비상구가 나온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비상구로 통하는 노래방 복도 방화문에는 ‘평상시 출입금지 비상시에만 이용’, ‘여기 화장실 아님’, ‘추락위험’ 등의 글과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 이 방화문을 열면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있고, 바로 비상구다. 안에서 밀면 밖으로 열리는 비상구 문엔 옆으로 미닫아 문틀 둥근 홈에 맞추는 잠금장치가 있다. 노래방 아래에 주 출입구가 있으며 바닥은 보도블록으로 시민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경찰과 소방서 쪽은 안전관리 실태를 살피고 있다. 비상구 개폐와 함께 ‘낭떠러지형 비상구’ 등 비상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9조2항을 보면, ‘비상구에 추락위험을 알리는 표지 등 추락 등의 방지를 위한 장치를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갖춰야 한다’고 돼 있다. 인세진 우송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을 열면 난간 등 안전 공간을 확보하고, 완강기·계단 등을 설치해 안전하게 대피하게 해야 한다. 비상구만 두고 안전 공간·구조물 등을 따로 설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4월30일 밤 강원 춘천의 한 노래방에서도 판박이 사고가 있었다. 당시 ㄱ(58)씨는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 끝 문(방화문)을 열고 들어가 비상구 문을 열었다가 4m 아래로 떨어져 나흘 만에 숨졌다. 지난해 춘천지법은 노래방 업주 ㄴ(48)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첫째 문에 ‘추락 주의’라는 표시를 했지만 술 취한 손님이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방청은 비상구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유지 하지 않은 곳은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2017년 12월 신설한 법령에 따라 비상구 설치와 함께 난간 등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건물주와 업주 간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설치 주체 또한 명확하지 않은 맹점이 있다. 주로 건물 외벽이어서 외관 등을 고려해 철제 난간 등 안전 공간을 따로 확보하지 않고 비상구만 두는 경우가 많다. ‘낭떠러지 비상구’에 대한 안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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