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서 발행중인 성남사랑 상품권의 모습. 성남시 제공
올해 5천억원에 이르는 지역 화폐를 발행할 예정인 경기도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매장을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로 정한 데 대해 소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세한 소상인들은 “연 매출액 10억원까지 지역화폐 사용을 허용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의 상당수가 포함될 것”이라며 “대상 매장을 애초 계획대로 5억원 이하로 낮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는 다음달 시·군의 지역화폐 발행을 앞두고 애초 가맹점 연 매출액 기준을 5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 매장으로 확대하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지침에 따르면 서울의 본사를 둔 빵가게는 물론이고,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10억원이 넘지 않는 모든 매장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포함해달라는 도민들의 의견이 많았고, 도매업을 겸하는 점포들은 매출액이 5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중앙정부도 카드수수료율 우대 대상을 연 매출액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등 소상인의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소상인들은 10억원 이하라는 연간 매출액 제한 기준이 결국 지역화폐 사용에서 대기업 쏠림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했다. 더욱이 매출액 산정 때 전체 매출액 중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금이 빠지고 카드 매출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연 매출이 10억원 이상인 매장들이 사용 매장이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병덕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연간 매출액이 10억원이라고 하면 월 1억 가까이 판다는 말인데 과연 그런 매장을 영세 소상인 매장으로 볼 수 있냐”고 말했다. 재래시장 모임인 경기도 상인연합회 이충환 회장은 “편의점이나 푸드코트 등을 아예 사용 매장에서 빼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반드시 연 매출액 기준을 5억원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조 울산과학대 교수는 “가맹점 범위를 10억원으로 하면 편의점 대부분이 포함되기 때문에 골목상권 살리기 수단인 지역화폐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소상인들이 반발하자 시·군들도 자체적으로 가맹점 제한에 나섰다. 이천시는 가맹점의 매출액 범위를 5억원으로 낮췄고, 성남시와 시흥시는 본사를 서울에 둔 프랜차이즈나 마트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초지방정부들은 경기도의 지침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성남·시흥시 등 6개 시가 지역화폐를 발행했으며, 다음 달부터 나머지 25개 시·군이 지역화폐를 일제히 발행한다. 올해 발행 규모는 4961억원이며 다음 달엔 일반 지역화폐 1천억원과 청년배당 438억원어치가 발행된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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