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직원(가운데 선 이)이 지난 1월 청주 남일면의 한 경로당을 찾아 치매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상당보건소 제공
조선 시대 초기 청주 출신 문신 경연은 효로 이름이 높은 청백리였다. 아버지를 보양하려고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았으며,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 산속에서 고사리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에는 우암 송시열이 쓴 ‘효자 현감 경연의 마을’이라는 효자비가 있다.
효자 마을 효촌은 이웃의 어른도 함께 공경한다. 특히 치매를 앓거나 치매 발병 위험이 큰 어르신을 마을이 함께 돌보기로 했다. 청주 상당보건소는 오는 20일 남일면 효촌1리를 치매 안심 마을로 선포한다고 18일 밝혔다. 말 그대로 치매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마을이다.
보건소는 지난 1~2월 남일면 지역 마을 33곳의 경로당을 돌며 기억력 검사 등을 통해 치매 환자 실태를 살폈다. 165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됐고, 113명이 치매 환자로 등록·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일면 지역 65살 이상 노인(1542명)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 환자로 추정됐다. 효촌1리는 전체 주민 469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이 103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될 정도로 치매 환자 비율이 높았다.
효촌 1리는 ‘기억 동행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의 치매 노인을 함께 돌보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이 가족처럼 치매 노인을 살피는 것이다. 박지혜 상당보건소 치매 안심 센터 주무관은 “주민이 가족으로 참여하면 치매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에도 좋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보건소가 지난달 14일 청주 상당구 남일면사무소에서 치매 안심마을 선정과 운영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상당보건소 제공
파출소·보건소·복지관 등도 돕는다. 남일파출소는 보건소 등과 치매 환자의 정보, 인적 사항 등을 공유하며 순찰 등을 통해 배회 환자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기로 했다. 보건소는 찾아가는 거점형 쉼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매 환자 가족 교실 ‘헤아림’을 열어 치매 환자와 대화법, 심리 이해법 등을 교육한다. 치매 환자 가족과 가족을 이어 주는 ‘마음의 중심’도 운영한다. 5월께 청남대 등으로 치매 가족·주민이 함께 떠나는 기억 충전 여행도 준비하고 있다. 조한일(70) 효촌 1리 이장은 “예로부터 효자 마을이라는 자부심이 강했지만 그 뜻이 조금씩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기억 동행 마을 선포를 계기로 이웃 어르신을 내 부모처럼 보살피다 보면 예전의 정과 사랑이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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