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복 충북 영동군수가 지난 12일 육군종합행정학교를 찾아 군 장병 450여명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박 군수는 이 자리에서 장병들에게 영동 전입 등을 호소했다. 영동군 제공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이른 자치단체들이 학생과 군 장병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수업료·장학금을 대신 지급해주는가 하면 보험까지 들어주며 구애를 한다. 기존의 출산 장려금으로는 주민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인구 증가와 미래 출산 효과를 낼 수 있는 젊은층에 직접 다가서려는 뜻이다.
박세복 충북 영동군수는 지난 12일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군 장병 450여명에게 ‘영동 바로 알기’ 특강을 했다. 헌병·정훈 등 6개 병과 교육 기관인 이곳은 2011년 경기 성남에서 영동으로 이전했다. 박 군수는 군 장병이 와인 터널 등 지역 명소를 이용하면 영동군민으로 대우(할인)하고, 영동으로 주소를 이전하면 전입 지원금(25만원)을 준다고 안내했다. 김현종 영동군 행정팀장은 “지난해 인구 5만 명이 무너지면서 ‘5만명 회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군 장병 등에게 전입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인구 10만명 선이 무너진(9만9940명) 경북 상주시는 대학생 전입에 열을 올린다. 지난 4~6일 경북대 상주캠퍼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출장 민원실을 설치해 대학생 200여명에게서 전입신고를 받았다. 상주시는 중·고·대학생이 전입하면 6개월 뒤 20만원을 준다. 대학생에겐 최대 8차례 지급한다. 올해부터 고교생·대학생에게 학기마다 30만원 안팎의 기숙사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김기우 상주시 인구정책팀장은 “인구 10만명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출산에 이농 현상까지 겹쳐 지방은 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은 다달이 1억원씩 5년 동안 60억원의 전입 장려금을 지원하는 인구 조례를 만들었다. 주 타깃은 대학생이다. 춘천으로 주소를 옮긴 대학생에게 해마다 20만원을 준다. 경기도, 충북 증평, 충남 서산 등은 국방의무를 수행 중인 지역 청년을 위해 상해 보험에 가입했다. 최재희 증평군 안전총괄과 주무관은 “청년은 어디에 있든 지역의 자산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지역으로 돌아오면 자연스레 지역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재종 옥천군수(왼쪽 넷째)가 지난 4일 옥천군 여성단체 회원 등과 인구 늘리기 협약을 하고 있다. 옥천군 제공
전남은 청년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전남도는 10억원을 들여 귀농 체험 ‘전남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진행한다. 담양 운수대통마을, 완도 청산도 어촌마을, 함평 상모마을 등 체험마을 30곳에서 부부가 함께 살며 이웃한테 농사를 배우는 농촌형과 창업 여건이 좋은 산업단지 주변 마을 8곳에서 개인·친구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청년형이 있다. 윤재광 전남도 인구정책팀장은 “첫해는 체험자 30%를 귀촌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순천은 3억4000만원을 들여 원도심의 빈집 15곳을 새로 단장해 외지 청년들에게 공유주택으로 싼값에 임대하고, 곡성은 4억4000만원을 투자해 옛 오곡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청년 30여명이 133일을 살아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들의 청년인구 정책은 경북 봉화 700만원, 전남 광양 500만원 등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출산 장려금 정책으로는 지역 소멸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8월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에서 경북 의성 등 전국 자치단체 89곳을 소멸 위험지역으로 꼽았다. 이찬영 전남대 교수(경제학)는 “이벤트성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지역의 인구 위기를 넘기 어렵다. 청년을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오윤주·박수혁·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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