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씨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경호요원과 취재진, 시민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 시민들은 전씨의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공동취재사진
5·18민주화운동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씨는 공판이 진행된 75분 동안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거나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장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청각보조장치로 추정되는 헤드셋을 착용하기도 했다.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공판이 열렸다.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다는 전씨는 재판장의 신원확인 절차에 따라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진술거부권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재판장의 말을 잘 못 알아 듣겠다”며 헤드셋을 고쳐 쓰고 다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다. 헤드셋을 쓴 채 생년월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묻는 말에는 “맞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전씨 곁에는 부인인 이순자씨도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함께 앉았다. 전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진술이 길어지자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거나 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전씨는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전씨의 변호인이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을 이어가자 방청석에 있던 한 방청객은 “변호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전씨와 부인 이씨는 정면만 응시할 뿐 방청석으로는 고개조자 돌리지 않았다.
전씨의 부인은 이날 재판부에 이 사건과 관련한 편지도 제출했다. 이에 재판장은 “신뢰관계인이 재판에 대한 느낌, 재판부에 당부 사항 정도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물었고, 전씨의 변호인은 “아직 확인 못 했다. 향후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15분 만인 오후 3시45분께 끝났다. 재판이 끝나고 전씨가 법정을 나서자, 법원 앞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전씨는 급히 차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갔고 시민들은 전씨의 구속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2017년 4월 펴낸 전씨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전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4월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