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오른쪽) 등이 지난해 12월10일 충북도청에서 무상급식 예산 분담 합의를 하면서 ‘명문고 육성’ 등 별도 조항까지 넣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 인재를 끌어오겠다’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을 추진 중인 충북도가 법을 바꿔서라도 자사고나 자율학교를 세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지역 단체장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시민단체, 학부모 등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충북도는 자사고 설립과 전국단위 자율학교 설립 등을 담은 ‘명문고 육성’ 청사진을 7일 내놨다. 여기에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오랜 뜻이 반영됐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 “충북의 인재가 걱정이다. 중앙요직에 충북 출신 찾기 어렵다”며 ‘명문고’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달 뒤 충북교육청과 무상급식 예산 분담 합의 때도 ‘명문고 육성’을 별도 합의 조항에 넣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자사고 설립을 건의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현 정부의 교육 방침과 다르다”는 뜻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6일 충북도의회에서 충북형 명문고 육성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제공
자사고를 설립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 장관의 제동에 막힌 충북도는 법 개정을 전제로 두 가지 카드를 내놨다. 먼저, 자사고가 없는 광역 지방정부(광주·세종·경남·제주·충북)에 한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를 세울 수 있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91조)은 2009년 3월27일 이전에 지정된 자율학교만 전국단위 모집을 할 수 있지만, 충북은 자사고가 없는 곳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법을 바꿔서라도 자율학교를 세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가 고급 인력 자녀에 대한 고교 중복 지원 특혜다. 충북에 이전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직원(2만명 추정)의 자녀는 전국 어느 중학교에 재학하는 것과 상관없이 충북지역 고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는 재학한 중학교가 있는 지역 고교에 지원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81조)을 개정해야 한다. 임택수 충북도 정책기획관은 “자사고 설립이 최우선 바람이지만, 법을 개정해서라도 자사고 없는 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2, 3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도 6일 자사고 설립 등 충북도의 ‘명문고 육성’ 방침에 찬성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물론 학부모·시민단체 등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최종홍 충북교육청 기획조정팀장은 “자사고 설립은 시대착오적이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법 개정을 통한 특혜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등의 높은 학부모 부담과 특혜가 교육 불평등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내놓은 학생 1인당 한 해 학부모 부담비(급식·기숙사비 등 포함) 관련 자료를 보면, 강원 민족사관고가 2589만원, 서울 하나고가 1262만원, 전북 상산고 1088만원 등이다. 이들 학교는 충북이 추진하는 자사고의 본보기들이다.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충북지회 사무국장은 “자사고는 있는 부모·자녀들만의 ‘특권고’다. 더구나 몇몇 학생을 위해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더 많은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정 충북 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기업·공공기관 자녀들에게 중복지원 혜택을 주면 상대적으로 충북에 있는 기존 학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명문고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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