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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제 치하 기생들, 3·1 만세운동 참여했다

등록 2019-02-27 11:34수정 2019-02-27 17:21

이동근 수원박물관 학예사 논문서 밝혀
진주·수원·안성 등 5곳 기생들 참여
14명 일제에 붙잡혀 징역 4~6개월 고초
1919년 3월 만세운동 당시 기생들도 참여했다. 안성조합 기생의 모습. 이동근 학예사 제공
1919년 3월 만세운동 당시 기생들도 참여했다. 안성조합 기생의 모습. 이동근 학예사 제공
“오후 네시쯤 안셩죠합기생일동이 만셰를 부르며 시위운동을 시작하뫼…”

100년 전인 1919년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에 맞서 만세운동을 벌인 이들은 전국의 지식인과 청년 학생, 노동자, 농민, 상인만은 아니었다.

전국의 기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만세운동의 대열에 나섰다. 1919년 4월3일 당시 <매일신보> 안성분국 통신은 안성조합 기생들의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1천여명이 만세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100년전 안성조합 기생들의 만세운동을 보도한 <매일신보>의 1919년 4월3일치 기사. 이동근 학예사 제공
100년전 안성조합 기생들의 만세운동을 보도한 <매일신보>의 1919년 4월3일치 기사. 이동근 학예사 제공
1919년 당시 3·1 만세운동에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전국의 기생들이 참여했다.

이동근 수원시박물관 학예사는 27일 수원박물관에서 열리는 3·1 운동 100주년 기념학술대회 ‘3·1 운동과 여성’에서 발표할 ‘3·1 운동과 기생’이라는 논문에서, 전국의 5곳에서 기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고 이 중 14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3월19일 경남 진주에서 기생독립단이 1만여 군중의 만세운동에 속에 남강에서 촉석루까지 행진하며 만세를 불렀다. 3월29일에는 경기 수원에서 수원 예기조합 30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던 중 수원 자혜의원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3월31일 안성조합 기생들의 만세운동에 이어 4월1일에는 황해 해주군 종로에서 해주 기생 10여명이 3천여명의 만세운동에 합류해 만세를 불렀다. 경남 통영에서는 4월2일 통영면 부도정 시장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에서 기생단 7명이 선봉에 서서 만세를 불렀다.

기생들의 수난도 이어졌다. 수원의 기생 김향화는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남 진주에서도 기생 6명이 체포됐고 황해 해주에서는 기생 김월희와 문월선이 징역 6개월을, 기생 이벽도와 문향희, 해중월이 징역 4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경남 통영에서 만세운동의 선봉에 섰던 기생 정막래와 이소선도 징역 6개월의 고초를 겪었다.

기생은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의‘해어화(解語花)’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본래 미인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기생은 잔치나 술자리에 나가 노래와 춤 등으로 흥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던 여자를 일컫는 말로 ‘예기’와 함께 쓰였다.

1925년 조선총독부 경무국 조사에 의하면 당시 일본 기생이 4891명이고 조선 기생은 3413명이었다. 조선 기생은 출신 도별로는 경상남도 1139명, 경기도 626명, 평안남도 469명, 충청북도 11명, 강원도 12명이었다.

이 학예사는 “기생들은 비록 천한 신분을 면하지 못하고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우리 민족의 거족적인 대한독립만세운동에 결코 주저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식민지 사회에서 받던 사회적 인신과 상품화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생존권 투쟁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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