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예비군법 위반 등)로 기소된 구아무개(28)씨에게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예비군법상 양심적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는 병역법상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와 동일한 취지로 봐야한다”며 “여기서 양심은 확고하며 거짓이 없고 진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구씨는 2013년 2월 군 제대 뒤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등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구씨는 이에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구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판사는 “구씨가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에 양심과 타협해 입대했지만 결국엔 자원해서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관리병으로 근무했고 제대 뒤 더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훈련에 모두 참석하지 않는 등 구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는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이 소명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1일 대법원은 “병역 의무 강제는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3단독 송영환 부장판사도 지난해 11월7일 특정 종교의 교인으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혐의(예비군법 위반)로 기소된 홍아무개(31)씨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므로 훈련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와 관련해서는 2004년 처음 무죄 판결이 나온 뒤 하급심에서 총 7건의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현재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사건 4건이 지난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 상태이며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총 3건의 위헌법률심판이 헌재에 제청된 상태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