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교육도서관으로 새 이름을 얻게 된 충청북도 중앙도서관. 충북교육청 제공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의 웃지 못할 개명 과정이 화제다.
충북교육청은 지난달 청주시 서원구 충렬로에 있는 ‘중앙도서관’의 이름을 ‘백곡 도서관’으로 바꾸기로 하고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 개명안을 제출했다. ‘중앙’이란 지명이 일제 잔재의 잔재와 같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였다. ‘백곡’은 조선 후기 시인으로 시집 <백곡집> 등을 남긴 백곡 김득신(1604~1684) 선생의 호를 따른 것이다. 백곡의 아버지는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김치이며, 할아버지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이다. 백곡 집안에선 “학문의 성취가 늦어도 성공할 수 있다. 읽고 또 읽으면 대문장가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백곡 선생은 지독한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사마천의 <사기> 가운데 ‘백이전’은 1억1만3000차례 읽었다고 기록에 전한다. 당시 1억은 십만을 뜻하는 단위여서 요즘으로 환산하면 11만3000차례다. ‘노자전’, ‘분왕’ 등은 2만 차례, ‘제책’, ‘귀신장’ 등은 1만8천 차례 읽는 등 1만 차례 이상 읽은 책만 36권이다. 수천 차례 읽은 것은 기록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백이전’, ‘노자전’ 등은 글이 넓고 변화가 커서, ‘제책’ 등은 독특해서 읽었다”고 설명했다. 다산 정약용은 “독서에 부지런하고 빼어난 이로는 백곡이 제일”이라고 평가했다. 백곡은 독서뿐 아니라 문장에서도 훌륭했다. 효종은 “백곡의 글 ‘용호’는 당나라 시에 견줄만하다”고 했으며, 이식은 그를 “당대 최고 문장가”라고 극찬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독서 교육을 진흥하려면 너무 형식적인 이름보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적절하고 상징적 인물을 고민하다가 독서광 백곡 김득신 선생을 떠올렸다. 신채호 선생의 호를 딴 단재 연수원도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북도의회의 판단은 달랐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영주 의원은 “백곡 선생이 지닌 의미는 아주 좋고, 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백곡’이란 이름은 김득신 선생보다 진천군 백곡면이라는 지명을 먼저 떠올린다. 도서관 명칭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교육청이 제안한 백곡 도서관 대신 ‘충청북도 교육도서관’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결국 충북 중앙도서관은 ‘백곡’도 아닌 ‘중앙’도 아닌 ‘교육’으로 마무리됐다.
충북 중앙도서관은 1979년 12월18일 충청북도 학생회관으로 문을 열었다. 1983년 충청북도 학생도서관을 거쳐 1985년부터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으로 사용돼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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