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의회의 2018년 공무국외여행 보고서(왼쪽)와 전남 광양시의회의 2016년 공무국외여행 보고서(오른쪽) 내용.
경북 구미시의회가 지난해 일본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뒤 전남 광양시의회 보고서를 일부 베껴 보고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한겨레>가 구미기독교청년회(구미YMCA)로부터 받은 구미시의회와 광양시의회의 국외여행 보고서를 보면, 구미시의회 보고서 7쪽과 광양시의회 보고서 22쪽이 똑같았다. 두 지방의회 모두 일본 동경 소방청 안전방재관을 방문했다. 그런데 보고서에 나와있는 방문 현장에서의 질문과 답변 기록이 동일했다.
두 보고서 모두 ‘동경 소방청 안전방재관 설립 목적은?’, ‘어떤 재난에 대한 체험을 하는가?’, ‘지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 질문이 같았다. 답변도 ‘본 소방장배관은 동경의 수해지역에 설립된 방재관임’ 등으로 동일했다.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까지 같았다. 차이라면 ‘진짜와’(광양시의회), ‘실제와’(구미시의회) 등 단어 몇 개 뿐이었다. 보고서 전체 분량은 구미시의회 37쪽, 광양시의회 32쪽이었다.
두 보고서 중 먼저 작성된 것은 광양시의회 것이다. 광양시의원 13명과 공무원 3명은 2016년 5월 23~27일(4박5일) 일본에 국외여행을 다녀왔다. 구미시의원 13명과 공무원 9명은 지난해 11월18~22일(4박5일) 일본에 국외여행을 갔다왔다. 연수에 참여한 구미시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 7명(김재상·김춘남·김낙관·강승수·장미경·양진오·장세구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안장환·이지연·이선우·신문식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 1명(윤종호 의원), 무소속 1명(박교상) 등 모두 13명이다. 1인당 209만원씩을 썼다.
구미기독교청년회는 “동일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을 수는 있지만 마치 참가 의원들이 연수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질의와 응답을 한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미시의회는 소속 의원들이 시민들의 혈세로 다녀오는 해외연수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특히 연수 결과를 의정과 시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외여행 단장을 맡았던 김재상 구미시의회 부의장은 “보고서는 함께 간 전문위원들이 통합해 만들었는데 보고서가 같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당시 일본에 갔을 때 온천에 한 번 가지 못했을 정도로 일정이 빡빡했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구미시의회는 논란이 일자 누리집 의정자료실 게시판에 올렸던 국외여행 보고서에서 광양시의회 것을 베낀 부분을 삭제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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