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배우와 주민 배우. 이들은 옛 우체국을 새로 단장한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 극장에서 매주 금·토요일 예술극장을 연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산골 극단 만종리 대학로 극장이 400회 무대를 연다. 만종리 극단은 30년 가까이 서울 대학로 연극판에서 활동하다가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로 옮긴 대학로 극장의 지금 이름이다. 허성수(52) 감독 등 단원 8명은 2015년 4월 만종리로 귀촌했다. 매달 1000만~2000만원씩 내야 하는 극장 임대료 등이 부담이었다.
단양에 들어온 뒤 낮에는 밭에서 농사짓고, 밤에는 옛 우체국을 새로 단장해 연 극장에서 연극에 매달렸다. 올해는 밭 2000평(6600㎡)을 빌려, 콩과 수박 등을 재배했다. “콩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수박은 완전히 망했어요. 이상고온 등 날씨의 영향이 컸어요. 농사 기술도 좀 모자라고요.” (허성수 감독)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400번째 공연 하얀 민들레. 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밭농사는 시원찮았지만 연극 농사는 꽤 잘 지었다. 금·토요일마다 여는 예술극장을 거르지 않고 열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은 오는 4, 5일 제천문화회관에서 <하얀민들레>를 무대에 올린다. 박춘근 작가의 ‘민들레 바람 되어’를 허성수 감독이 각색했다. 만종리 극장의 400번째 무대다.
만종리 극장의 자랑은 주민 배우다. 모든 작품에 주민들이 배우로 무대에 선다. 이번 ‘하얀 민들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회다지’ 무대를 고원복(66·유암리 이장)씨 등 주민 7명이 도맡았다. 허 감독은 “달구질이라고도 하는 회다지는 상여를 멜 때 선소리꾼을 따라 흙을 다지는 장례의식인데 마침 마을에 전통문화가 남아 있어 주민에게 맡겼다.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400번째 무대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회다지 장면. 주민 배우 7명이 출연해 장례의식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 제공
주민 배우는 단역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주연을 맡기도 한다. 2015~2016년 공연한 <다녀왔습니다>에선 주민 배우 조소연, 정지성씨가 주연을 맡았다. 주민 허범종씨는 단골 배우로 자리 잡았다. 주민 배우 고원복씨는 “마을에 극장이 생기면서 생기가 돈다. 방송 연속극만 보다가 실제 연극을 접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만종리 극장은 내년 5월께 동화 체험 마을(3300㎡)을 선보일 계획이다. ‘혹부리 영감’, ‘선녀와 나무꾼’, ‘잭과 콩나무’ 등 동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극으로 보여주고, 동화 속 장면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허 감독은 “아이들에게 책 속에만 있는 동화를 현실에서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연극 못지않게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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