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의 이모부(오른쪽 마이크 앞)가 19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특별근로감독에 유족이 권한을 위임한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고 김용균씨 가족이 시민 대표단과 민주노총의 특별근로감독 참여를 보장하라며 거리 농성에 들어갔다. 김씨가 살던 경북 구미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20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뒤 충남 태안의 빈소로 향하던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오후 4시께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이틀째 진행 중인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농성에 합류했다. 농성은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대표의 특별근로감독 참여를 보장하라는 시민대책위 요구에 대전고용노동청과 고용노동청 보령지청이 관할 책임을 떠넘기며 결정을 미루는 것에 반발해 19일 시작됐다. 시민대책위는 유족들로부터 수습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이며, 민주노총은 김용균씨가 일하던 한국발전기술 노조의 상급단체다.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이날 오후 대전 둔산동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당국이 특별근로감독에 참여하도록 규정된 근로자 대표를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로만 한정하고 있다. 유족이 권한을 위임한 단체가 특별근로감독에 참여해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민대책위와 유족 대표는 19일 대전고용노동청을 찾아가 시민대책위, 보령지청, 대전고용노동청 간 3자 대화를 요구했지만, 대전고용노동청은 이날 저녁 7시께 출입문 셔터를 내리고, 밤 9시께는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퇴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한편 구미참여연대 등 경북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구미시 원평동 구미역 광장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렸다. 김씨는 구미 형곡동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분향소 주변에 빼곡히 걸린 노란색 리본에는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꼭 만들 거야” “혼자 무서운 곳에서 있게 해서 미안해” “관심 갖지 못해서 모른 척 지나쳐 버려서 죄송합니다” 등 구미시민들이 쓴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전예지(21)씨는 “공장에서 일하다 정말 힘들고 처우도 좋지 않아 그만뒀다. 고 김용균씨를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고 김씨의 명복을 빌었다. 구미 분향소는 2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된다.
태안/송인걸, 구미/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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