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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죽음 다시 없게 ‘박준경 방지법’ 제정을”

등록 2018-12-13 16:54수정 2018-12-13 20:11

세입자 보상 규정, 재개발은 있고 재건축은 없어
시민사회 “단독주택 재건축도 보상규정 마련해야”
토지보상법, 도시정비법 등 손질 목소리 높아
지난 2016년 8월 서울 마포구 아현초교 앞 포장마차들을 마포구청이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2016년 8월 서울 마포구 아현초교 앞 포장마차들을 마포구청이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집주인이 집을 새로 짓는다며 세입자를 쫓아내는 상황은 똑같은데, ‘재개발’이면 보상을 받고 ‘재건축’이면 왜 보상을 못 받습니까.”

지난 3일 한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이웃 이원호 아현2구역 철거민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가 살던 곳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재정비촉진지구이지만, 총 8개 구역 중 아현2구역만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 구역으로 분류돼 주거 이전비나 임대 주택 제공 등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내쫓겼다. 이원호 위원장은 “거주자들이 보기엔 똑같이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인데 재건축 사업 지역만 무일푼으로 쫓겨나야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고 박준경씨 사건을 계기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도 세입자 보상 규정을 마련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도 개선 없이는 무일푼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제2의 박준경’이 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아현2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와 면담한 뒤 “주거 이전비나 임대주택 제공 등 실효성 있는 이주대책이 없으면 재건축 사업을 인가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세입자 이주대책을 인가 조건에 담은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사업과 재건축 사업 모두 도시정비법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유형이지만, 두 법에는 재개발 사업만 세입자 보상 규정이 마련돼있다. 서울시는 아현2구역처럼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으로 분류돼 세입자 보상 규정이 없어 갈등의 여지가 있는 곳은 서울의 60여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 법령의 개정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제안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목소리가 나온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은 단 한 푼의 이주비도 없이 보증금 200만원, 월세 25만 원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재건축 관련 법을 개정해 세입자 보상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각종 정비사업으로 인한 거주민 이주와 퇴거 때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강제퇴거 제한에 관한 특별법’도 지난 3월 발의한 상태다.

국제 사회의 관심도 이어진다. 지난 5월 방한한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아현2구역 재건축 주거권 실태를 조사한 뒤 “한국의 재개발 및 재건축에 관한 법 체계는 적정 주거권과 국제적 지침을 완전히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퇴거에 대한 법적 구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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