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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고교무상급식 전격 합의…‘자사고 허용’과 빅딜설

등록 2018-12-10 16:35수정 2018-12-10 21:44

충북도-교육청 내년부터 무상급식 전면 확대키로
교육청은 인건비·운영비·시설비와 식품비 24.3%
충북도와 시·군 식품비의 75.7% 분담
“미래 인재 육성 노력”…자사고 허용 여지 남겨
이시종 충북지사(왼쪽 둘째)와 김병우 충북 교육감(왼쪽 셋째) 등이 10일 충북도청에서 무상급식과 충북 미래인재 육성 관련 합의를 한 뒤 합의서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이시종 충북지사(왼쪽 둘째)와 김병우 충북 교육감(왼쪽 셋째) 등이 10일 충북도청에서 무상급식과 충북 미래인재 육성 관련 합의를 한 뒤 합의서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내년부터 충북지역 모든 초·중·고·특수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2011년부터 전국에서 처음 초·중·특수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했던 충북은 내년부터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산한다. 하지만 무상급식과 함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허가 여지라는 새 논란을 낳았다. ‘통 큰 결단’이라는 평가와 ‘빅딜(거래)’이었다는 지적이 양립한다.

내년부턴 고교까지 무상급식 이시종 충북지사, 김병우 충북 교육감, 장선배 충북도의장, 한범덕 청주시장 등은 10일 충북도청에서 민선 7기 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 분담과 미래 인재 육성 공동 노력 등을 합의했다. 합의서를 보면, 충북교육청은 내년 전체 무상급식비 1597억 가운데 인건비·운영비·시설비(823억7000만원)와 식품비의 24.3%(188억원) 등 1012억원을 부담하고, 충북도와 시·군은 식품비의 75.7%(585억원)를 분담한다. 내년 처음 시행하는 고교 무상급식 예산 462억원이 포함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내년 무상급식으로 고교를 포함한 모든 학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했고, 김 교육감은 “도민의 얼어붙은 마음이 함께 풀리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보면 무상급식 관련 교육청의 제안을 충북도가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두 곳은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놓고 3개월여 동안 대립했다. 앞서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 때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했다. 교육청은 내년 시행을 위해 줄기차게 충북도를 설득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초·중은 현행대로 시행하되, 고교는 2019년 3학년 시행, 2020년 2학년 확대 등 단계적 시행을 고수했다. 또 고교 부문 자치단체 식품비 분담 비율을 50%로 완화(현행 초·중 분담률 75.7%)하자고 역제안했다. 두 곳은 대립을 이어가다 이날 오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무상급식 시행에 합의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기초단체로서 재정 부담이 있지만 잘 풀어가겠다. 교육부 등 중앙 정부가 무상급식 관련 지방 재정 지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받고, 자사고 주고? 요지부동하던 충북도가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합의서 2항 ‘충북의 미래 인재 육성’이 답이다. 합의서를 보면 △충북도와 교육청은 미래 인재육성에 공동 노력 △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및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미래형 학교 모델 창출 △충북도 인재양성재단 등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이 지사는 틈날 때마다 충북지역 인재 양성을 강조했고, 충북도는 충북교육청에 자사고 설립을 비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에스케이 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기업이 지원하는 자사고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3일 직원 조회에서 “충북의 미래를 위해 인재육성이 가장 크고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다. 인재 육성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충북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가 자사고를 설립해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충북도를 거들었다.

따라서 합의서 안의 ‘명문고’가 ‘자사고’를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 무상급식 합의 기자회견에서 “김 교육감이 자율학교·명문고 육성이라는 큰 결단을 해 합의가 잘 이뤄졌다. 충북 인재육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교육청이 무상급식과 자사고를 주고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장우 충북교육연대 집행위원은 “‘명문고’라는 이름으로 자사고의 여지를 남긴 것이 우려스럽다. 지금 명문고는 자사고, 영재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다. 보편적 교육 가치를 위해 무상급식을 받고, 특권·우월을 앞세운 자사고 여지를 내준 듯해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 무상급식 확대, 자사고 폐지 등 보편적 교육 가치를 주창했던 김 교육감의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 교육감은 이날 “명문고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모든 학교를 명문고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모든 교육 주체 협력·지원 모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 자사고·특목고로 못 박기는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강대훈 충북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명문고 육성이 자사고 허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해 혁신도시, 오송 등에 미래 교육 협력 지구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논의를 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감 권한인 자율학교 지정 등 다양한 모델에 대한 연구·검토도 필요하다.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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