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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불러봅니다”…4·3유해 70년 만의 만남

등록 2018-11-22 19:30수정 2018-11-23 08:19

제주4·3 당시 군법회의·예비검속 희생자 유해 29구 신원확인
제주4·3평화공원에서 유해·유가족 만남 행사 ‘울음 바다’로 변해
유해 404구 가운데 지금까지 121구 신원확인…추가 확인 과제로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한 유족이 가족의 유해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한 유족이 가족의 유해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아버지~이렇게 불러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불러봅니다.”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하얀 무명천으로 덮힌 유해 상자를 안고 흐느꼈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는 울음의 바다로 변했다. 한껏 푸른 제주의 가을 날씨와는 달리 평화교육센터 안에는 짙게 피어오르는 향 연기와 함께 곳곳에서 목놓아 통곡하거나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이곳에서는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유족회가 공동주관해 2007~2009년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제주4·3 희생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29구에 대한 봉안식이 열렸다.

2007~2009년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제주4·3 희생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29구의 유해가 22일 오전 봉안식을 위해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로 운구되고 있다
2007~2009년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제주4·3 희생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29구의 유해가 22일 오전 봉안식을 위해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로 운구되고 있다
유해가 발굴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신원확인을 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비 12억원이 지원돼 올해 신원 확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2007~2009년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제주4·3 희생자 유해는 모두 404구로, 이번 29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121구의 신원의 확인됐다. 발굴된 유해들은 1949년 10월 군법회의와 한국전쟁 뒤 예비검속돼 희생된 제주도민들이다.

4·3 당시 오빠 양맹숙씨를 잃은 양복희(77)씨는 70여 년 전 목말을 태워줬던 오빠와의 추억을 회고하며 “너무 늦게 찾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유족들이 가족의 유해가 담긴 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유족들이 가족의 유해가 담긴 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아버지를 유해를 찾은 서귀포시 중문동 김상호씨는 “68년이 지나 아버지의 유해를 찾다니 꿈을 꾸는 것 같다. 오늘 밤 꿈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손 한번 잡고 싶다”고 했다.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두 여동생과 함께 온 강인선(86)씨는 “11살 때 아버지가 마을 경찰파견소로 끌려갔다. 내가 그곳까지 가서 아버지를 데려가지 말라고 누워서 울부짖었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한 유족이 유해가 담긴 함을 어루만지고 있다.
2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의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봉안식에서 한 유족이 유해가 담긴 함을 어루만지고 있다.
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에서 늘 서럽게 오빠를 찾아 울던 양유길(82)씨도 이번에 오빠를 찾아 한을 풀었다. 이들 유해는 4·3평화공원 내 유해 봉안관에 안치됐다.

나머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날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지난해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이 돌아가셨다. 현재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추가 확인해 가족들 품에 돌려보내는 것이 세상의 도리”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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