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동천 권태응(1918~1951) 시인의 동시 ‘감자꽃’이다. 도종환·이안 시인, 평론가 김제곤·김이구씨 등이 수년 동안 권 시인의 작품과 관련 자료를 수집해 지난 16일 <권태응 전집>(창비)을 냈다. 시인 탄생 100년 만이다. 김이구 평론가는 지난해 숨을 거둬 끝내 전집을 보지 못했다.
책엔 시인의 대표작 ‘감자꽃’ 등 동요·동시 362편이 실렸다. ‘청폐환’ 등 소설 8편, ‘우리 교실’ 등 희곡 3편, ‘파리채’ 등 수필 2편도 담았다.
이안 시인은 “1968년 새싹회에서 한국아동문학사를 빛낸 동요·동시인 6명을 꼽았는데 이원수·윤극영 시인과 더불어 권태응 시인도 포함됐다. 항일이나 작품활동, 후대에 끼친 영향 등에서 윤동주 시인에 비견할 만하지만 너무 묻혀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새싹회는 이때 충주에 ‘감자꽃’ 시비도 세웠다.
시인의 작품을 알린 데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힘이 컸다. 그는 1997년 한국민예총 충북지부 문학위원장을 맡아 1회 권태응 문학제를 열었고 시인의 미발표 작품을 찾는 데도 힘써 왔다. 도 장관은 “권 시인의 동시는 ‘아이는 다 착하다’는 식의 기존 틀을 뛰어 넘어, 시대성까지 더했다. 소재·주제의 폭이 넓고 시어 또한 아름다워 작품성이 빼어나다”고 했다. 도 시인은 지난해 11월엔 미국 뉴욕의 권 시인 아들 영함(72)씨 댁을 방문해 작품을 찾았다.
도종환·이안 시인, 김제곤·김이구 평론가 등이 펴낸 <권태응 전집> 표지.
전집엔 충주 칠금동 감자밭 옆 ‘언덕집’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투옥·투병을 거쳐 다시 충주 금릉동 괭고리산에 묻히기까지 감자꽃같이 짧은 생도 실려있다. 시인은 일본 와세다대 유학 시절인 1939년 내란 음모 예비·치안유지법 위반 등으로 투옥됐다가 폐결핵이 발병해 이듬해 병보석으로 나왔다. 1944년 귀향 뒤 투병 속에서도 야학을 하면서 작품을 썼다. 하지만 변변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전쟁이 터졌고, 병세가 악화해 서른셋 짧디짧은 생을 마감했다.
시인을 새롭게 조명하는 행사도 열렸다. 충주시와 충주중원문화재단 등은 17~18일 충주문화회관에서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감자꽃 큰잔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1회 권태응 문학상 시상, 창작 연극 ‘동심의 시인 권태응’ 초연, 학술대회·토크 콘서트 등이 이어졌다. 충주시는 2021년까지 50억원을 들여 권 시인 생가 복원, 문학관 건립 등을 추진할 참이다.
이안 시인은 “우리 문학사의 보물이 전집과 함께 나왔다. 작품의 가치가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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