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지곡동 지곡초등학교 앞에 들어서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를 놓고 주민들이 4년째 건축 허가 취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용덕 기자
초등학교 앞에 들어서는 콘크리트 혼화제(콘크리트에 넣는 화학물질) 연구소가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며 업체와 경기도를 상대로 수년 동안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경기도 용인시 지곡동 주민들이 법정에서 승리했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홍승철)는 지난달 31일 용인시 자봉마을 써니 밸리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서정일(48)씨와 최병성 목사 등 주민들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축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재결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주민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연구소의 공사를 중지시켜달라는 주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항소심 판결 선고까지 공사를 중지하도록 했다. 용인시는 이에 따라 지난 1일 해당 업체인 실크로드시앤티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주민들의 싸움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업체는 2014년 10월, 용인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고 지곡동 부아산 기슭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5247㎡ 규모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축을 추진해왔다. 이에 주민들은 해당 연구소가 폐수를 배출해 환경을 파괴하고 연구소 앞 지곡초등학교와 아파트 주민들의 교육·환경·주거권 등을 침해한다며 용인시에 건축 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해왔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용인시는 2016년 4월 폐수 배출을 문제 삼아 건축 허가를 취소했고, 해당 업체는 같은 해 7월13일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내 승소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당시 △해당 연구소는 폐수 배출 시설이 아니며 △용인시와 업체가 연구소 건축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었는데 이를 취소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이라며 업체 쪽 손을 들어줬다. 이에 주민들은 2016년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도 행정심판위원회와 달랐다.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판결문에서 “연구소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0.1㎥/1일 이상으로 법상 폐수배출 시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용인시와 해당 업체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해당 업체가 토지를 매수하고 4년 이상 지나 (업무협약이) 이뤄진 데다, 해당 업체에 대한 신뢰 이익이 자연환경 훼손 및 수질의 오염 등을 방지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은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수원지법 앞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용인시 지곡동 써니밸리아파트 주민들이 법원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최병성 목사 제공
주민들은 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정일씨는 “주민들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용인시가 사업자와 싸워야 했지만, 용인시와 경기도 모두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겼다. 4년간 참 힘들게 주민들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승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주민 50여명을 상대로 1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14건의 민·형사 소송을 낸 상황이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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